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 수주를 앞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하고 있다. 사진은 마덱스 2023의 한화오션(왼쪽)과 HD현대중공업 부스. /사진=최유빈 기자
내년으로 예정된 대규모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맞붙을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한차례 보안 감점으로 해군의 차기 호위함(FFX) 수주에 실패해 한화오션이 KDDX 사업을 따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보안 감점 규정 변화가 사실상 특정 업체를 배제시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내년 KDDX 선도함의 상세설계 및 건조 사업을 진행한다. 총 6척이 발주될 예정이며 수주액은 7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특수선 사업부는 KDDX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한화오션은 KDDX의 개념설계를 수행했고,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진행한 만큼 각사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보안사고 적발로 페널티를 받고 있어 한화오션과의 수주전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 설계도면 등을 불법 촬영해 보유하고 있던 사실이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불시 검문으로 적발돼 1.8점을 감점받고 있다.

감점으로 최근 한화오션과의 수주 경쟁에서 탈락한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방사청을 대상으로 한국형 FFX 울산급 배치(Batch-Ⅲ) 5·6함 관련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등을 위한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고충민원을 신청했다.

HD현대중공업은 현행 보안사고 감점제도 기준의 불합리성으로 사실상 향후 입찰 참여가 배제돼 국내 함정사업이 독점 형태로 재편될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감점 적용의 기한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현행 보안사고 감점 기준이 객관적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지, 소급적용의 위헌적인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고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긴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앞서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이 제기한 '호위함 5, 6번함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한 이의제기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과도한 감정 규정, 국가 방산 경쟁력 약화 vs 균형 발전 위해 HD현대에 페널티 줘야
HD현대중공업이 개발 중인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모형.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의 보안사고 감점 규정이 개정된 것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기소 후 3년'이었던 적용 기간이 '형 확정 후 3년'으로 변경되면서 HD현대중공업에 소급 적용됐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직원 9명의 기소 시점인 2020년 9월로부터 3년 뒤인 지난해 9월 페널티 적용이 만료돼야 했으나, 감점 규정 개정으로 종료 시점을 확정할 수 없게 됐다. 현재 HD현대중공업 직원 1명이 검찰의 항소로 2심을 진행 중이며 3심으로 넘어갈 경우 페널티 적용은 연장된다.

업계에선 HD현대중공업이 그동안 사실상 경쟁 입찰에서 페널티 적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소급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2월 직원들이 송치됐음에도 같은 해 8월 방사청으로부터 KDDX 기본설계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2021년엔 경쟁사가 입찰을 포기하면서 HD현대중공업이 이지스 구축함 2·3번함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사실상의 패널티 효과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감점 규정을 강화해 HD현대중공업에만 소급적용하는 것은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실상 2년간 세 차례 개정한 방사청의 보안사고 감점제도 변경이 자사에 소급 적용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며 "보안사고 감점 제도가 합리적으로 개정돼 국내 방산 시장에서 기술력 중심의 공정 경쟁의 토대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감점 규정 소급 적용이 사실상 입찰 참여를 제한해 국내 함정 사업이 독점 형태로 재편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함정 시장의 건조 역량 저하, 가격 상승으로 인한 혈세 낭비, 함정 수출을 위한 팀 십(Team Ship) 경쟁력 약화 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을 고려해 다수의 함정 건조 사업자를 유지해 온 국내 함정사업의 전략적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며 "함정 건조 사업의 특정기업 쏠림현상은 K-방산 수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함정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HD현대중공업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HD현대중공업의 맞수인 한화오션은 현재 인도 예정인 강화도함을 제외하면 남은 수상함 건조 물량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착공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을 비롯해 최소 2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라며 "국내 방위산업의 발전을 위해 방사청이 일감을 골고루 분배해 조선소에서 끊임없이 함정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2018년 이후 수상함 건조실적이 없는 것은 연구개발과 투자가 감소하고 인력 확충이 지체되면서 결과적으로 기술력과 건조능력 등이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국가 안보와 관련한 함정 건조 사업에서 업체 선정의 유일한 기준은 기술력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해서 볼 때 특정 업체가 수주한 물량이 없어 향후 건조될 물량을 기술력과는 상관없이 골고루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