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25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2023년도 제1회 추경예산안’을 발표했다. / 사진제공=경기도
정부가 29일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2.8% 증가한 656조9000억 원으로 강도 '높은 긴축'으로 예산을 발표한 가운데 '증액 추경'을 추진하는 경기도의 재정 운영이 주목되고 있다. 정부의 내년 예산 증가율은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당시 회의에서 "임기 말까지 건전재정 기조를 흔들림 없이 견지하고 세수 부족이 있더라도 올해는 추경이나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재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반해 경기도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 예산을 늘려 경기 부양을 견인한다는 구상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도에 따르면 추경 예산이 33조 9536억원 규모로, 본예산에서 1432억원 증액됐다. 세수 감소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증액 규모는 2조 4000억원 수준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추경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세수 감소를 보충하고 추가로 하려는 사업을 합쳐서 계산하면 2조 4000억원의 돈을 추가로 쓰는 것"이라며 "예년 같으면 세수가 줄면 대폭적인 감액 추경으로 지출을 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 재정에 기대되는 경제 안정·성장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민간의 소비·투자가 줄어들고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재정마저 쪼그라들면 불황 여파가 커진다는 점을 반영해 보유 자산과 소득이 적은 취약계층은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점을 들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한다. 김 지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같은 비상 상황을 제외하면, 한국경제에 1%대 성장률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짚었다. 그는 "거시경제 지표보다 더 큰 문제는 민생"이라며 "중산층은 취약계층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고, 소상공인 폐업 신청과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늘었다"고 판단했다.


정부 '긴축재정' VS 경기도 '확장 재정'
정부는 내년에도 예산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예산으로 평가된다. 통상적인 재정 운용의 범주를 벗어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올해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은 4% 안팎으로 전망되는데, 경상성장률을 밑도는 지출 증가율은 긴축 재정 기조를 감안해도 과하게 낮다는 의견도 있다.

세수가 감소한 건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올해 세수 감소 규모는 1조 9299억원으로 추산된다. 경기도 수출 실적은 12월 연속 하락했다.

올해 1분기 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일본에 경제성장률을 역전당했다. 소상공인 폐업신청이 전년 대비 50% 증가하고, 중기 대출 연체율이 2배 가까이 늘고, 가구 실질소득이 2006년 이후 가장 크게 떨어지고, 가계부채가 GDP 대비 100%를 넘어섰는데 금리는 오르면서 가계 이자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지사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경기도는 인구 뿐 아니라 경제 산업 규모 수출 등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경기도 수출은 12개월 연속 감소하고, 수출의 3분의 1인 반도체는 불황과 대중국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경기도의 세수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올해 2조 원에 육박하는 세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재정 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수출과 일자리 감소로 인한 경제 불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업비 확보를 위해 공공기관에 각종 운영비를 대폭 삭감하는 등 구조조정도 단행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다각도로 가용한 수단을 활용해 추경 재원을 마련했다. 전년도 잉여금과 도비반환금으로 9000억원을 충당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지역개발기금에서도 각각 5000억원, 2000억원을 끌어 왔다. 재정안정화기금은 각 지자체가 세입이 증가할 때 일부를 적립했다가, 경기 침체나 세수 감소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저축제도다.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서도 1609억원을 확보했다.

경기도는 재정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김 지사는 "확장 재정 정책 기조를 내년도 본예산까지 일관되게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경기 회복이 더딜 것으로 관측돼, 확장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인식이다.

現 기재부 장관 '곳간 채울 때' VS 前 기재부 장관 '곳간 풀때'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기도 한 김동연 지사는 세수가 예상보다 줄었으니 그만큼 덜 쓰겠다는 발상이 아니라, 줄일 만한 곳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재정 투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민간이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며 재정의 역할을 민간에 의존하는 인식을 보였다.

경기도는 올해 세수가 줄어 쓸 돈이 없으면 우선 차입을 해서라도 정책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는 "수출과 내수가 모두 감소하는 상황에서 재정이 과감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중양정부부터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세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감액추경'이 아닌 확장추경을 편성해 어려운 경제상황과 경기침체에 적극 대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확대 재정을 통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으로 성장을 끌어올리는 것이 경제에 기본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견해를 밝힌 것.

김 지사는 "예산 규모로는 수입이 줄었으니 덜 쓰겠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앞으로 예산을 절약해 그 차입금을 갚아 나가면 된다"며 "지금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놓쳐선 안 될 수많은 위기계층이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김 지사는 "이런 상황을 고려할때 지금은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경기침체기에는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해야 하고, 경기 상승기에는 재정을 축소해 균형을 잡는 게 기본인데, 지금 정부를 보면 경제가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이런 상황 인식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정부와 달리 건전재정이 아닌 민생재정을, 소극 재정이 아닌 적극재정을, 긴축재정이 아닌 확장재정으로 가겠다"며 재정정책 기조를 내년 본예산까지 일관되게 유지하고, 이를 통해 확장 추경이 경제 선순환의 지렛대가 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