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 작가. / 사진=작가 본인
어렸을 때 나는 파는 사람보다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파는 사람은 덜 가진 자, 사는 사람은 더 가진 자로 여겼다. 돈을 받아야 하는 처지와 돈을 줄 수 있는 입장으로 구분했다. 기왕이면 더 가진 자로 살고 싶었다.
추운 겨울날 성냥 하나를 팔지 못해 거리에서 눈을 감은 '성냥팔이 소녀' 이야기에 심취했던 탓일까. 남에게 뭔가를 팔아서 삶을 지탱하는 일을 두렵게 생각했다. '안 사주면 어떡해?' 하는 걱정. 안데르센 동화에선 소녀가 아주머니에게 "성냥 좀 사세요"라고 부탁하지만 아주머니는 "성냥은 집에 많이 있단다"하고 거절한다.

직접 돈을 벌 수 있는 나이가 되고선 팔 게 있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는다는 걸 깨달았다. 남이 살만한 능력을 갖추면 걸맞는 돈이 따르는 걸 실감했다. 능력도 파는 거였다. 팔 게 있는 사람이 돈을 버는 사람이었다.


직장 다니면서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라는 말을 배웠다. 쉽게 말해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장점'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마케팅 회사에서나 쓰는 용어인 줄 알았는데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하는 내내 달고 다닌 말이었다. 너도 나도 취재하지만 일한 티를 제대로 내려면 기사의 셀링 포인트가 확실해야 했다. 그래야 일단 내부 경쟁을 뚫는다.

지면도, 방송시간도 언제나 제한돼 있으므로 셀링 포인트가 부실하면 기사는 밀린다. 독자와 시청자를 붙들려면 더더욱 필요했다. 그들은 셀링 포인트의 매력에 따라 소중한 시간과 관심을 비용으로 지불한다. 아, 팔릴 기삿거리를 위해 분투했던 순간들이여! 최근에 한 광고대행사 사내 강연에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듯 '셀링 포인트'를 주제로 얘기할 수 있었던 것도 꽤나 빡셌던 지난날 덕분이었다.

회사를 떠나 완벽한 개인으로 우뚝 서보려는 야심을 품은 나는 점점 더 많이 팔고 싶은 사람이 되어 간다. 책과 글도 많이 팔고, 강의와 강연도 많이 팔고,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으로도 기왕이면 돈을 벌고 싶다. 서서히 깨닫는 중이다. 결국 한평생 팔다 가야겠구나. 팔 게 있다는 건 한편으로 줄 게 있고 나눌 게 있다는 얘기도 될 테다. 좋은 걸 많이 줄 수 있다면 좋다. 함께 나눌 이야기,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재능도 팔리는 것이다. 그러니 욕심이 생긴다. 많이 팔 수 있어 많이 줄 수 있는 삶이라면 뿌듯하겠다는.


받는 값이 다를지언정 모두가 가진 걸 팔면서 살아간다. 우리는 모두 상인이다. 이 팍팍한 명제에 힘이 되는 팁을 놓아본다. "장애물은 다른 직업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세일즈에 있어서는 성공의 필수조건이지. 왜냐하면 성공은 수없이 많은 투쟁과 패배 후에 오는 것이기 때문이야. (...중략...) 각 장애물은 자네가 더 훌륭한 상인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동지가 되는 셈이지." 세계적인 성공학 작가, 오그 만디노가 쓴 '위대한 상인의 비밀'에서 발췌했다.


조민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