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의 올해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서민들의 이자부담 고통이 가중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건전성 확보와 상생금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KB에 반격 준비하는 신한… 하나·농협 겨냥하는 우리
② KB, 양종희 취임에 '부회장직' 고민 "경영파트너냐 계륵이냐"
③ KB가 리딩금융? 시험대 오른 박정림·김성현 리더십
국내 금융그룹의 실적 희비가 갈리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첫 '5조 클럽' 입성을 눈앞에 둔 반면 지난해 첫 '3조 클럽'에 진입한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연간 순이익이 3조원 선을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단순히 실적만을 추구하는 전략으로는 지속 성장 가능한 리딩금융으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내외 불확실성과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산 건전성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들어 '은행은 공공재', '은행의 돈잔치', '은행의 종노릇' 등 잇따라 날 선 발언들을 이어가면서 진정한 리딩금융은 사회공헌활동과 상생금융 측면에서 얼마나 두각을 드러내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조 KB, 리딩금융 타이틀 1년 만에 탈환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5조511억원으로 신한금융(4조6534억원)보다 3977억원 앞서며 리딩금융 타이틀을 거머쥘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KB금융은 신한금융에 2290억원 밀리며 3년 만에 리딩금융 자리를 내줘야 했다.

KB금융이 올해 5조 클럽에 첫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된 배경은 큰 폭의 이자수익 증가세다.

KB금융의 이자수익은 지난해 20조7885억원에서 올해 27조2415억원으로 31.0%(6조4530억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23.8%(4조7861억원) 늘어난 24조8948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자산의 만기가 다른 금융사들에 비해 긴 탓에 금리 인상기 때에는 NIM(순이자마진)이 느리게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도 느리게 내려오는 경향이 있다"며 "금리 변경 반영 속도가 느린 데다 저원가성 예금 증대 노력을 통해 수익성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간의 리딩금융 경쟁에 이어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는 우리금융이 NH농협금융을 제치고 하나금융과 순이익 격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다.

그동안 하나금융과 치열한 3위 싸움을 해왔던 우리금융은 올해 들어 NH농협금융에까지 밀리며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금융권은 올 한해로도 우리금융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5위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4.2% 늘어난 3조7011억원으로 우리금융(2조8903억원)보다 8108억원 앞서며 순이익 격차를 크게 확대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우리금융보다 3831억원 앞서 있었지만 올해는 순익 격차가 이보다 2.1배 더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NH농협금융은 올해 3조2000억원 안팎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우리금융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2조원대 순이익을 보일 것이란 관측에는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 기여도가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낮다는 배경이 깔려있다.

올 3분기(누적)만 보더라도 그룹 전체 순이익 가운데 93.9%(2조2898억원)를 우리은행이 냈다. 은행 실적에 따라 금융지주 전체 실적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무적 1등보다 건전성·상생금융에 초점
다만 올들어 부실채권과 연체율이 늘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만큼 리딩금융 입지를 굳히려면 수익 개선보다 자산 건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최근 직원들에게 "1990년대 은행권을 주름잡던 이른바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가 현재 한군데도 남아있는 곳이 없다"며 "재무적 1등보다 고객에게 인정받는 은행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기둔화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고금리 지속으로 추가 부실이 나올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그룹별 주요 건전성 지표인 NPL(고정이하여신)비율을 보면 올 9월 말 기준 우리금융이 0.41%로 가장 낮아 우수한 건전성 관리 역량을 보여줬다. 이어 ▲하나(0.46%) ▲KB·NH농협(0.48%) ▲신한(0.52%) 순으로 낮았다.

대출·채무에 따른 손실을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을 가장 많이 쌓은 곳은 KB금융으로 올 1~3분기 누적으로 총 1조7682억원 규모에 달했다. 이어 ▲신한금융(1조4773억원) ▲NH농협금융(1조3468억원) ▲하나금융(1조2183억원) ▲우리금융(1조786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사진=뉴스1
이에 더해 금융권이 이자장사로 과도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리딩금융에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말하는 등 상생금융 압력은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10월30일 발간한 '2022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사회공헌활동에 1조2380억원의 돈을 지출했다. 전년 대비 16.6% 늘었지만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활동 금액 비중은 6.5%로 2019년(9.2%) 이후 3년 연속 줄고 있다.

이중 하나은행이 2057억8400만원의 사회공헌활동 금액을 지출해 은행권 사회공헌 리딩 반열에 올랐다. 이어 ▲KB국민은행 2034억5600만원 ▲신한은행 2025억100만원 ▲우리은행 1950억4800만원 ▲NH농협은행 1086억4300만원 순이었다.

사회책임금융 규모로 보면 신한은행이 7798억원으로 1위를 나타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내년에도 저성장 기조에 금리 인하 시점도 늦어질 것으로 보여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호실적을 내는 게 오히려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어려운 경제 등 불확실성이 많아 건전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금융당국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