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스1

지난해 미성년자들에게 속아 주류를 판매했다가 적발된 식당들이 2000곳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해 적발된 건수는 지난 2021년 1648건에서 이듬해 1943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지난해 수준으로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위조 또는 도용 신분증을 제출한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사례로 추정된다. 이종민 자영업 연대 대표는 "학생한테 소주를 팔아서 돈 벌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자영업자들이 억울한 상황에 부닥쳐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말이 다가올수록 자영업자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수능이 끝난 데다 크리스마스까지 있어, 전통적으로 연말에 불청객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32·남)는 "수능이 끝나서 그런지, 요즘 들어 평소보다 앳되어 보이는 손님들이 술을 많이 사러 온다"며 "철저하게 신분증 검사를 하고 있긴 하나,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걸러낼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이토록 긴장하는 이유는 처벌 수위도 강한 데다, "위조된 신분증인지 몰랐다"는 주장이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보호법엔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면책 조항도 없는 만큼, 위조 신분증에 속아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대부분 정상이 참작돼 기소 유예에 그친다.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영업정지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면 청소년보호법뿐만 아니라 식품위생법으로도 처벌이 된다.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2개월, 2차엔 3개월, 3차에선 영업 허가를 취소하도록 돼있다.

'신분증 위조·변조·도용으로 청소년임을 알지 못했을 경우엔 처분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인재근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0~2022년간 행정처분을 면제받은 사례는 194건으로 전체 적발건수 대비 2.8%에 불과하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수사 단계에서 위조나 도용 신분증인지 몰랐다는 점을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해야 하는데, 개인 입장에선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완벽하게 위조된 게 아니라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수입이 일정치 않은 자영업자에게 영업 정지 곧 생계의 문제다. '연말' 대목을 놓칠 경우 그 타격은 더 크다.

송파구에서 호프집을 운영 중인 50대 배모씨도 도용 신분증을 제시한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다가 2개월간 가게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는 "가게 월세가 400만원정도 되는데, 영업을 하지 못해 임대료를 못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모바일 신분증을 위조하는 경우도 등장해 자영업자들의 속을 썩이고 있다. 현재 엑스(X.구 트위터)에는 "모바일 신분증 위조해 드립니다"라는 광고가 다수 올라와 있다. 송파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박모씨는 "모바일 신분증도 위조한다는 기사를 보고 난 다음부터는 손님에게 신분증 앱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분증 위조 행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신분증 도용도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미성년자는 '보호 대상'으로서 선고 유예나 기소 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경찰 수사관은 "청소년의 경우 처벌 외에 교육 등 다양한 방식의 처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급기야 오히려 자영업자를 협박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엔 16만원어치의 술과 안주를 주문한 후 계산서에 "신고하면 영업정지인데, 그냥 가겠다"는 메모를 남기고 달아난 사례도 등장했다.

현재 법제처는 자영업자의 상황을 고려해 위·변조된 신분증을 믿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신분을 확인하지 못한 사업자에 대한 제재 처분 감경 또는 면제 근거를 담은 방안을 마련 중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부담 완화 방안을 담은 방안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