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앞 사물함에 실습용 가운과 토시가 걸려 있다. 이 학교 의대생들은 96.7%가 휴학에 동참했다. (독자 제공)/뉴스1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 신청과 수업 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가 단체행동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대학들이 휴학계 승인 요건 검토를 마치거나 수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면 유급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의대생들이 수업 복귀를 고민해볼 가능성이 있어서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22일 오후 6시 기준 1만1481명이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의대생 가운데 61%가 휴학에 동참했다. 집단 수업 거부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곳은 11곳이다.

이번 주 안으로 대학들이 휴학 요건 검토를 완료하고, 집단 휴학을 요건 부적합으로 판단해 휴학계를 반려하면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은 '유급' 위험이 있는 수업 거부 국면으로 전환된다.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이 되는 의대 학사 규칙 특성상 계속 실습·수업에 빠지는 것이 의대생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의대는 다른 전공·학부와 달리 1~2주간 몰아서 한 과목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며칠만 빠져도 바로 유급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학생들은 수업 거부를 더 이상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

대학들은 1~2주 개강을 연기하거나 '교수 개인사정'을 이유로 휴강하는 등 조치를 하고 있지만, 교육부가 대학들에 '정상적 학사운영'을 당부하고 '수업 거부 시 엄정 조치'를 수차례 언급한 만큼 대학들도 수업을 계속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이 수업을 미룰 수 있는 기간도 길어야 두 달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30주 이상'인데, 의대는 실습까지 포함하면 통상 40주를 넘긴다.

한 학기 20주 동안 수업을 진행하려면 전체 방학 기간을 없앤다고 해도 3월 말에는 1학기를 시작해야 한다.

천재 지변이 발생하거나 교육과정 운영상 부득이한 사유로 수업일수를 채울 수 없다면 2주 이내로 수업일수를 감축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같은 상황(동맹휴학 또는 수업 거부)은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집단 휴학뿐만 아니라 전공의 파업도 확대되는 등 '의료 대란'이 본격화되면서 의대생과 정부 간 갈등도 여전해 대학들은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A사립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의 상황과 교육부의 방침 모두 고려해야 해서 매일 상황을 지켜보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의대 개강을 한 서울의 B사립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의 단체 유급을 막기 위해 교수들이 휴강을 하고 있지만 학사를 정상 운영하라는 교육부의 방침도 있어 마냥 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전국 의과대학 40개교 부총장·학장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뉴스1

집단행동이 단기간 안에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의대에서 유급은 다른 전공·학부에서만큼 '별 일'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의과대학 재학생 손모 씨는 "의대에서는 성적이 안 돼 유급되는 학생이 10%씩 나오기도 한다"며 "단독행동이 어려운 의대 분위기상 모두 수업에 복귀하기로 정하지 않는 이상 혼자 복귀하느니 남들처럼 유급되는 걸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