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중심의 대학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독자 제공
최근 정부가 대학병원의 전공의 의존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문의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대학병원 곳곳에서 의료대란이 일어나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비상 의료 체계를 가동하는 이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인가"라며 "대형병원이 젊은 전공의들의 희생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의 중심의 인력 구조로 바꿔나가고 진료 지원 간호사(PA)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전문의 중심의 대학병원 운영 필요성은 일부 의료계에서도 지적해 왔던 부분이다. 그러나 의료계 일부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의료개혁 방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대학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하는 한편 PA를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아울러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인 지역·필수의료의 부재는 의대 증원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의사 수가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 아닌 필수의료에 대한 저수가 등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문의·PA 중심의 의료개혁에 대한 현직 의사의 입장을 들어왔다.
대학병원 전공의 평균 비율 39%, 이유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낮은 보험료 부담으로 모든 국민에게 무제한의 동등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이며, 모든 의료기관을 하나의 공보험에 당연지정제로 묶어 단일체계의 저수가로 운영해 유지한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소위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평균 39%다. 하지만 세계 우수병원으로 평가받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일본 도쿄의대 부속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각각 1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만 이렇게 대학병원 전공의 비율이 높은 것은 운영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만성적인 저수가 건강보험제도 때문이다. 대학병원은 지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의사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전공의들에게 주 80~100시간 저임금으로 근무하게 해 전공의를 착취하면서 교육보다는 노동을 강요해 왔다.

필수의료를 교육받은 전공의가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인건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다시 대학병원 전문의로 취업이 되지 않고 중소병원으로 가서 근무하거나 개원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대학병원에서 전문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의료시스템을 더욱 튼튼하게 하고 환자들에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했다.

미국의 경우 교수들이 전공의를 교육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해서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만큼의 전공의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병원은 전공의를 많이 받으면 그만큼 저렴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전공의를 최대한의 숫자로 채우려고 한다.


저수가 건강보험제도에서 대학병원은 이렇게 전공의를 갈아 넣지 않으면 절대로 돌아가지 않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세계 최고의 효율을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에만 대학병원 전공의 비율이 매우 높아지게 됐다.

전문의 중심의 대학병원 운영은 의료계도 공감하는 사안이지만, PA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무관. /사진=임한별 기자
전문의 중심의 대학병원,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가
현재 주요 대학병원은 수도권 분원을 추진하고 있다. 9개 대학(세브란스, 경희대, 고려대, 가천대, 아주대, 인하대, 서울아산, 서울대, 한양대)에서 6600개 병상 이상을 2026~ 2027년 사이에 개원·완공할 예정이다.
의대생 2000명 증원의 진짜 목적은 필수의료 살리기도 아니고 지방 의료 살리기도 아니다. 대학병원에 값싼 전공의를 지속해서 공급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 정부와 대학병원은 능력 있는 전문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저수가 건강보험제도를 위한 저임금의 전공의가 필요했던 것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통계를 살펴보면 2004년 4282명에서 2020년에는 5906명으로 1624명이 증가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같은 기간 3689명에서 5840명으로 2151명이 증가했고, 외과 전문의 숫자는 4032명에서 6275명으로 2254명이나 증가했다.

우리나라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전문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소위 필수의료라 불리는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외과 전문의 수는 부족하지 않으며 저수가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대학병원에서 채용할 값싼 의사가 부족했다.

대학병원에 임용된 전문의의 경우 적은 보상과 힘든 근무환경으로 인해 1~2년 근무 후에 중소병원으로 이직하거나 개업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병원에서 전문의 비율을 높이려면 전문의에게 적절한 급여를 주고, 필수의료에 대한 의료분쟁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일부 대학병원에서 시행 중인 입원전담·응급센터 전문의 제도를 활성화하고 전문의 고용을 안정화한다면 전공의들에게 편중된 업무부담을 줄이고 대학병원 본연의 고난도 수술·환자 관리·수련의 업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PA,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의사와 간호사는 같은 의료인이긴 하지만 의학과 간호학은 다른 학문이기 때문에 교육받은 내용이 다르고 병원에서 하는 역할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응급상황에서 의사는 환자의 생체징후(Vital Sign)에 따라 응급조치의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적절한 진단을 내려 필요한 약물을 처방하는 등의 의학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역할을 맡는다. 이에 반해 간호사는 의사와 긴밀하게 협력해 환자의 증상을 관찰하고 상태를 의사에게 보고하며 의사의 지시에 따라 환자에게 적절한 약물을 투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의사 업무를 대체해 PA 간호사를 활용하겠다고 하는 정부는 의료현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만든 현실성이 없는 대책이다. 정부는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PA 간호사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 약물을 직접 투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환자 상태가 안 좋아졌다면 정부의 책임인가 간호사의 책임인가 궁금하다.

심폐소생술이 간단해 보일 수 있으나 의사들은 수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어떠한 응급 약물을 먼저 투여해야 할지 결정하며, 기관삽관 시행 후 에피네프린과 같은 약물을 주고 심전도를 분석해 전기적 제세동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또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심정지를 일으키는 원인에 대한 감별진단 5H 5T라 불리는 저혈량증·저산소증·산증·고칼륨혈증/저칼륨 혈증·저체온증·심낭 압전·긴장성 기흉·폐색전증·심근경색·중독 등을 고민해 해결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술기도 한두개가 아니다. 중심정맥관 삽입 시술·산소·체온유지 치료·체스트 튜브 삽관 등 술기들을 의사의 판단 없이 간호사가 단독으로 실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에서 PA 간호사에게 강제한다고 하더라도 법적 책임 문제 등이 얽혀 있으므로 PA 간호사들도 나서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며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의료계 일부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 관련 의료개혁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의료 수가 인상과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에 대한 의료계 입장은?
정부는 필수의료 수가에 의료인의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와 중과실 없는 응급의료 사고에 대해 형 감면 규정을 적용한다고 했다. 또한 필수의료 수가를 집중 인상하고 행위별 수가로 지원이 어려운 필수의료 영역에 대해서는 공공정책수가와 대안적 지불제도를 확대해 지원한다고 했다.

이에 의료계에서 발표한 내용은 의료인 법적부담 완화·필수의료 적정 보상·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강화 등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방향에는 공감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비한 부분이 너무 많고 정부는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 없이 갑자기 2000명의 의대 증원에 끼워 넣기 식으로 여러 안건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 치료선택권 제한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사망사고 및 미용·성형 제외한 제한적 특례적용 범위▲ 개원면허 및 면허 갱신제 도입 등 의사면허 통제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기피 의료분야에 대한 적절한 보상·법적부담 완화 등의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없고, 필수의료 패키지는 여태까지 정부가 했던 이상적인 이야기만 모아둔 빈 공약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제도 아래서 사명감을 가지고 병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해 주고 있는 사람은 정부가 아닌 의사이며 의사 역시 국민의 일원이다. 정부는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의사들을 더 이상 적폐화 하지 말고 의료계와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의료대란 사태를 대화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