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직장인 5명 중 1명은 회사에서 사용주나 그의 친인척에게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주가 괴롭힘을 스스로 조사하도록 규정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사진=이미지투데이
17일 노동시민단체인 직장갑질 119가 지난해 1·2·3분기 세 차례 직장인 1000명 대상 괴롭힘 설문을 한 결과에 따르면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 친인척인 경우는 모두 20%대를 기록했다. 지난 1~2월 2달 동안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제보 상담 190건 중 사용자가 가해자로 지목된 사건은 37건(19.4%)였다.
주요 사례를 보면 직장인 A씨는 대표의 배우자에게 괴롭힘을 당해 고용노동부 노동청에 신고했다. 해당 청 근로감독관은 회사가 선임한 노무법인 결과보고서로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결국 회사가 선임한 노무법인은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았고 근로감독관도 판단도 이 결과와 같았다.
직장인 B씨는 대표의 괴롭힘을 노동청에 신고했다가 "사측에서 선임한 노무사에게 사건 조사를 맡긴다"는 통보를 받았다. 노무사가 실수로 사측에 보낼 문자메시지를 B씨에게 보내면서, B씨는 사측과 노무사가 계속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B씨는 직장갑질119에 "가해자가 대표인데, 회사 측 돈을 받고 수임된 노무사에게 객관적 조사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 아니냐"고 물었다.
직장인 C씨도 대표의 괴롭힘을 신고했다가 사측 선임 노무사의 조사를 받았다. C씨는 노무사에게 동료들의 증언을 제출하며 "회사 폐쇄회로(CC)TV에 대표의 위협적인 행동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무사는 "영상을 확인했다"고만 답하고 '괴롭힘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괴롭힘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에 따른 일종의 괴롭힘 조사 허점이란 지적이다. 관련 법은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일차적인 조치 의무를 부여했다. 사업주가 괴롭힘 가해자일지라도 이 권한은 유지된다.
고용부는 사업주와 근로감독관이 함께 괴롭힘 사안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업주의 일차 조사 결과가 감독관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불신이 여전한 상황이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소속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주체 중 유일하게 과태료 부과 대상은 사용자"라며 "노동청이 사용자에게 조사를 맡긴다는 것은 법 개정 취지에 어긋나고 근로감독관의 직접 조사를 해태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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