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의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납치를 당해 협박을 받는 여성이 기지를 발휘해 112에 신고를 하고 마치 짜장면을 주문하는 것처럼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 목숨을 구한 사례가 있다. 112 상황실에서는 기민하게 여성의 구조 신호를 알아채고 마치 중국집 주문을 받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신고자의 위치나 주소를 파악한 뒤 경찰을 출동시켜 피해자를 구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폭행을 당해 말조차 할 수 없거나 혹은 소리를 전혀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천신만고 끝에 '살려달라'고 한마디 꺼낸 피해자에게 경찰은 "신고자분 위치가 어디시죠. 주소 아시나요. 위치정보 조회에 동의하십니까"라며 다시금 물을수밖에 없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112 신고자의 위치를 조회하려면 신고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찰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 22일 대전경찰청에서 '현장경찰 역량 강화'를 주제로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찰관들과 현장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부분을 논의했다고 24일 밝혔다.

행사는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찰관들이 겪는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경찰제도발전위, 행정안전부,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찰관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찰관들은 생생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112상황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112치안종합상황실이 신고자·피해자의 위치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도록 '위치정보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경찰관 A씨는 "112신고자의 위치 파악이 어려울 경우에도 동의를 구해야만 위치정보를 조회할 수 있어 접수·출동이 지연된다"며 "소방의 119신고 시스템처럼 경찰 112신고에서도 신고자의 위치정보가 자동 조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씨는 "법적으로 피해자 위치조회 목적에 '생명·신체 보호' 외에 '재산 보호'도 추가해 막 범인을 만나러 간 보이스피싱 피해자 등 재산상 피해가 임박한 제3자 위치도 조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정신질환자 112신고 처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의견도 있었다.

경찰관 C씨는 "출동 현장에서는 비협조적인 대상자가 정신질환자인지 확인할 수 없어 현장 경찰관들이 어쩔 수 없이 대상자의 가족을 찾아 병력을 문의하는 등 치안력이 낭비되고 있다"며 "경찰 시스템상 대상자의 정신질환 병력을 조회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위원들은 이러한 현장 애로사항을 심도있게 검토해 '경찰제도발전위원회 권고안'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2022년 9월부터 경찰제도 개선 차원에서 △현장경찰 역량강화 방안 △자치경찰 이원화 방안 △국가경찰위원회 개편방안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 지휘 감독체계 보완 방안 △경찰대학 개편방안 등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 현장간담회는 다음달 말 진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