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2일 열린 '주택공급 활성화와 부동산금융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주택시장 구조변화에 대응한 선제적 제도 개편'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사진은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정영희 머니S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대출 총액이 크게 늘었으며 브리지론 만기를 연장하는 사업장도 다수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시장흐름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사건 발생시 초기 진화, 미분양 해소 등 수요진작이 급선무라는 의견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시장 안정화와 PF구조 개선에 대한 다각적인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지난 2일 열린 '주택공급 활성화와 부동산금융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세미나'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는 PF 규모가 확대되고 간접금융 중심에서 직접금융 비중의 조달 방식이 확대되는 금융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돼 왔다.

최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부동산PF 위기는 이러한 부동산 금융화 현상의 한 단면으로 풀이된다. 금융화된 자산의 거래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투자자 손실과 거시경제 불안이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산연은 현재 한국 건설시장 속 부동산 PF가 개발사업 여건에 맞지 않게 활용됐고 그 과정 속에서 구조적인 문제점도 심화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PF는 초기 담보 부족으로 회수 가능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고 개발이익·손실 크기가 부동산 경기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고위험·고수익 금융상품이다.

부동산 PF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업추진 여건이 안정적이어야 하고 사업참여자들 사이에 합리적인 위험 분담도 이뤄져야 한다.

만일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투자 자금의 규모와 경기 흐름에 영향이 큰 PF 특성에 따라 손실위험이 특정 참여자로 집중돼 해당 참여자의 부도를 초래, 결과적으로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전반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정주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은 구조의 PF가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약 60년 동안 지속된 부동산 가격의 안정적인 상승세와 이로부터 비롯된 소비자들의 가격 상승 기대감 고착화, 풍부한 투자수요, 과거 주택 부족기에 도입된 선분양 시스템 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10여년 전 저축은행 사태로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치뤘음에도 국내 건설금융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단발적으로 끝나버린 것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국내 건설금융이 가진 문제점으로는 개발사업의 대규모화와 부동산 금융기법의 고도화로 밀접해진 개발·건설산업과 금융산업의 관계와 각 산업 관계구조 측면에서의 불균형이 지적됐다.

개발사업에 최종 책임을 지는 건설업체와 금융기업 사이 관계에 존재하는 과도한 수수료, 책임준공과 채무인수 등이 그 예시다. 올 초 태영건설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을 통해선 관리체계 측면에서의 제도적 흠결도 발견됐다.

부동산 PF 위기에 대한 부담으로 2022년 하반기 이후 건설금융시장은 실질적으로 공급중지 상태다.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서 일부 우량 사업지에서 1군 시공사가 참여하는 사업장 외에는 신규 부동산PF 실행과 기 실행 PF의 차환 여건이 급격히 악화됐다.

앞으로 PF정리 과정에서 개발·건설산업과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2010년 금융위기 당시 약 100조원 규모였던 것에 비해 현재 부동산 PF 익스포저(손실 위험에 노출된 금액)는 200조원 이상으로 확대됐으며 손실흡수력이 낮은 제2금융권에 집중됐다.

부실 PF 정리가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의 규모가 제한적인데다 시장에서의 가격 하락으로 기대감이 확산되며 손실 규모 감축이 제한적일 확률도 높다.

증권사와 여신전문금융사에 대해서는 채안펀드 등 유동성지원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부실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되는 저축은행은 사각지대로 꼽힌다. 금융감독당국의 직접적 관리를 받지 않는 새마을금고의 경우 PF정리에 대한 체계적 계획이 아직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문제 완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어 앞으로 시장흐름에 대한 모니터링과 사건 발생 시 적극적 대응을 통한 초기 진화가 중요해졌다. 건산연은 ▲사업 참여자들의 손실흡수력 제고 ▲미분양 해소와 수요 진작 ▲시장 여건 안정화 ▲정책금융의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앞으로 지금과 같은 위기가 재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인 제도·정책환경 조성과 범부처 차원에서의 관리·대응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사업 참여자들 간 합리적 위험분담을 유도해 나가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격변화에 따라 공급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시장 수요 변화에 공급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 주택부족기에 구축된 정책금융 공급체계 개선을 통해 정책금융이 가격변동을 확대시키고 동시에 정부 재정부담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문제점을 완화해야 한다"며 "위기 발생시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로 우량 건설업체들이 부도 상황에 놓이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장치를 새롭게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