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허위제보로 구치소에 약 한 달간 감금된 뒤 보상금을 받았던 남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급심은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발단은 2015년 7월 구치소에 수용 중이던 B 씨가 대구의 한 경찰서에 '송유관 기름 절도' 제보 서신을 보낸 것이다.

A 씨 일당이 경북 경산 포도밭 아래에 있는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치려 했지만 공범이 담배를 피우다 화상을 입는 바람에 실패했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는 A 씨와 C 씨, C 씨 후배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경찰서 형사팀장과 담당 형사가 수사에 착수했고 C 씨가 화상 전문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확인했다. 기름을 훔치려던 흔적도 포도밭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A 씨와 C 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2015년 9월 A 씨 신병을 확보한 뒤 구속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A 씨가 자금 조달 역할을 한 것처럼 B 씨가 허위 제보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혐의 없음'으로 처분했다.

수사 과정에서 A 씨는 "B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더니 B 씨가 앙심을 품고 허위 제보한 것"이라며 범행을 부인해 왔다. C 씨와 C 씨 후배도 A 씨를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A 씨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로부터 피의자보상금 약 640만 원을 수령한 뒤 국가와 경찰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A 씨는 "혐의를 부인했더니 가족 접견을 일주일간 제한했고 전신마비가 발생했는데도 병원 진료를 받도록 하지 않았다"며 3300만 원 배상을 요구했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국가가 35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2심 재판부는 "경찰이 합리적 이유 없이 체포·구속영장을 신청해 집행하고 가족 접견권을 침해하는 등 지켜야 할 준칙과 규범을 지키지 않았다"며 "A 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찰 과실 정도, 체포 당시 상황, 구금 기간 등을 종합해 위자료는 1000만 원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이미 지급된 보상금을 제외하면 350여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을 다시 뒤집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B 씨 제보가 구체적이어서 경찰의 체포·구속영장 신청이 현저히 부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경찰이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이 정당성을 인정했으므로 경찰의 독자적 위법행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접견 제한도 증거인멸과 공범 도주 우려를 고려한 것이므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 확정이라는 결과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을 곧바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