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뉴스1
최근 노 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tabula rasa(백지)'란 제목의 글을 통해 "지난주 두 곳의 학교에서 특강을 했다. 한 곳은 지방대학, 다른 한 곳은 서울대학. 학부생 수업이라 부담됐지만 좀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적었다.
그는 계명대학교 강의에 "담당 교수 왈 아이들이 좀 주눅이 들어있고 질문을 안 한다 하더라. 이 아이들을 깨워 달란 주문이었다. 대구까지 내려가 한두 놈이라도 깨워 놓고 오겠다는 각오로 출동했다"고 했다.
노 관장은 50분의 강연 후 40~50명의 학생에게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질문이나 코멘트, 무엇이라도 써 내지 않으면 나가지 못한다"고 선언한 이후 한 장씩 읽어보며 학생들의 글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노 관장은 "우선 순수했고, 진지한 질문들이었다"며 "tabula rasa에 감명받은 나는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좀 했는데 질문들이 제대로 정곡을 찔렀다. 진지한 고민들이 묻어나는 질문들이었다. 어떤 친구는 '관장님의 타불라 라사에는 어떤 그림이 있나요?'라고 물어왔다"고 적었다.
4일 뒤 서울대 학부생들을 만나서는 "서울대 주임교수는 질문들을 먼저 받아 내게 줬다. '이런 고차원의 생각들을 한단 말이야?'하고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강의에 임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진솔한 소통을 유도했으나 불가능했다"고 했다.
그는 "가슴으로 말하려면 가드를 내려야 하는데, 이들은 잔뜩 경직돼 있었다. 뭔가 아는 척을 하지 않으면 인간 취급을 못 받는 것처럼 말하는데, 학부생이 아는 척을 하면 금방 바닥이 보인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바닥을 보여줬다. 몇몇 희생자들이 지나가니 아이들의 관심도가 급 높아졌고, 한 학생은 최신 정보를 얻는 소스가 어디냐 묻기도 했다. 나오면서 주임교수에게 '좀 실망스러웠다'고 느낀 그대로 이야기했더니 본인도 지방대에서 가르칠 때가 더 좋았다 하더라"고 적었다.
두 학교를 비교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한쪽은 평범한 지방대, 다른 한쪽은 이 사회 최고 엘리트들이 모인 곳인데 문제는 챗 GPT 등의 인공지능이 서울대 학부생의 지능을 훨씬 넘어섰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시스템의 문제를 넘어 이제 교육의 목적 자체를 재고할 때"라며 "나는 tabula rasa를 상기하면서 계명대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삶 또는 배움의 목적은 저 빈 캔버스에 멋진 자화상을 그리는 것이다. 정체성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이고,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붓을 손에 들고 있다. 자,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고.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은 정체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 그래야 오리지널(독창성)이 생기고, 그것만이 인간이 기계를 이길 수 있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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