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호관세가 25%로 인상될 경우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전방위적으로 점검하고 대응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각)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상호관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자 긴급 논의를 위해 지난 주말 미국을 방문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두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귀국했다. 김 장관은 불필요한 오해는 해소됐다고 밝혔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관세 인상이 현실화되더라도 단기적으론 배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 업계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 현지 생산 기반을 확대해 온 만큼 한국 수출품에 부과되는 상호관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EV)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는 점도 부담을 완화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전기차 구매 보조금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 전기차 수요가 둔화됐고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세까지 겹치며 국내 배터리 업계는 휘청였다.
이에 국내 배터리사들은 전기차 배터리용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ESS 확대 기조에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교체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올해 말까지 약 60기가와트시(GWh)로 ESS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SK온도 일부 라인을 ESS 생산 라인으로 바꿨다. 관세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돼도 ESS를 통해 일정 수준의 실적 방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배터리 업계가 협상 결과를 주시하는 이유는 전기차 시장의 규모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으나 시장 규모 자체는 ESS보다 크다. 관세 인상 대상에 친환경차가 포함될 경우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중장기적으론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배터리 수요 전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3000GWh이상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같은 해 ESS 배터리 수요는 400~500GWh 규모로 예상된다. 현 시장 규모와 전망을 고려하면 전기차는 배터리 업계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배터리 소재 수입 리스크도 존재한다.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등은 북미 현지 생산 비중이 작다. 양극재의 경우 배터리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만큼 관세가 인상될 시 원가 인상으로 이어져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ESS와 로봇 배터리 등으로 사업 전략을 조정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관세 정책의 향방을 지켜보며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관세 인하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재 미국을 방문해 정부 당국자와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소통하고 있다. 오는 5일까지 미국에 머무르며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만날 예정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이날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자 회담을 갖고 관련 사안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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