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방산·우주항공 등 고부가가치 소재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세아창원특수강 창원 공장의 모습. /사진=세아홀딩스
국내 철강업계가 방산·우주항공 등 고부가가치 소재 시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중국발 저가 공세로 범용 제품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기술 장벽이 높은 특수강을 돌파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고부가 특수강은 초기 시장 선점 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어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는 최근 함정용 고연성강과 방탄강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며 글로벌 함정 시장 공략에 나섰다. 포스코가 개발한 고연성강은 기존 조선용 후판 강재 대비 연신율(늘어나는 비율)이 35% 이상 높다. 함정 충돌 시뮬레이션 결과 충격 흡수율은 약 58%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개발된 방탄강은 기존 후판 대비 두께를 30% 줄여 함정 방호 성능과 기동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우리 해군의 차세대 함정 성능을 높이고 향후 미 해군 함정 유지·정비·보수(MRO)와 건조 사업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제철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 소재를 공급한다. 올해 1분기부터 고성형·고강도 특성을 갖춘 '3세대 자동차 강판'을 양산할 계획이다. 신안 우이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고강도 극후물 후판을 초도 공급하고 원전용 강재 판매를 확대하는 등 에너지용 강재 시장 점유율도 높여가고 있다.

세아베스틸지주는 국내 우주항공 소재 분야의 선두주자다. 자회사 세아항공방산소재는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 보잉과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 올해부터 항공기 동체·날개용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소재를 공급한다. 세아창원특수강은 미국 특수합금 생산법인 SST를 오는 하반기부터 가동해 현지 우주항공 시장 진출을 모색할 방침이다.
지난해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영업이익이 증가한 반면 건설·강관 중심 사업 구조를 가진 동국제강과 세아제강은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사진은 포스코의 신 방산 소재를 적용한 차세대 함정 가상 이미지. /사진=포스코
지난해 철강업계 실적은 원가 절감과 고부가 제품 판매 성과가 희비를 갈랐다. 고부가 제품 비중이 높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0.8%, 37.4% 증가한 반면 건설·강관 중심 사업 구조를 가진 동국제강과 세아제강은 각각 42.1%, 75.6% 감소했다. 방산·우주항공용 특수합금 판매를 확대한 세아베스틸지주는 영업이익이 95.6% 급증하며 고부가 전략의 효과를 입증했다.
미국·유럽 등 주요 수출국의 관세 장벽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범용 중심의 가격 경쟁은 한계에 다다랐다. 한국산업연구원(KIET)은 올해 철강 수출이 전년 대비 6.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부가 특수강 제품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 철강 산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수강은 다품종소량생산 구조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쉽지 않지만 방산·우주항공 등 수요 산업이 성장하고 있어 진입장벽을 넘을 경우 초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리서치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특수강 시장 규모는 2033년 3162억달러(약 466조6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우주항공·방산 소재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로 일반 특수강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 진입장벽이 높다"면서도 "동맹국이나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의 기업으로부터 소재를 조달하려는 경향이 강해 한 번 공급망에 진입하면 수요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