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 세계 국가에 부과한 상호관세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로이터=뉴스1
미국 사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대통령이 의회의 동의 없이 관세를 부과해 온 관행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최종 판결이 내려지면서다.
20일(현지 시각) 복수 언론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 세계 국가에 부과한 상호관세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관 9명 중 6명이 위법 의견을, 3명이 합법 의견을 내면서 6대 3으로 위법성이 확정됐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대통령의 통상 권한 남용에 대한 사법부의 견제다. IEEPA는 국가 안보나 대외 정책에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무역 적자 해소 등 일반적인 통상 문제 해결을 위해 광범위하게 적용한 것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도입해 시행해 온 상호관세 조치는 즉각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해 10%의 기본 관세를 매기고 상대국 관세율에 따라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번 판결로 해당 조치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면서 미 행정부의 통상 정책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법조계와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향후 미국 대통령의 무역 권한 행사에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의회의 고유 권한인 조세(관세) 부과권을 행정부가 안보 논리를 앞세워 침해해 온 관행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에 즉각 반발하며 '플랜B'를 가동했다.


그는 판결 직후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무역법 122조에 따라 기존 관세에 더해 10%의 글로벌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법 122조는 미국의 대외 경제 상황이 긴급할 때 대통령이 150일간 한시적으로 관세 조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원하는 대로 할 권리가 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무역법 122조는 IEEPA와 달리 적용 기한이 제한적이고 이후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 지속성에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