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국내 철강·조선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철강업계는 관세 인하 기대가 꺾였고 조선업계는 마스가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로 국내 철강·조선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최근 관세 인하 가능성이 거론됐던 철강업계는 관련 기대가 사실상 꺾였고 조선업계는 이번 판결이 마스가(MASGA·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양 업계 모두 예정된 대미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을 내리면서 국내 철강·조선업계도 관련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산 자동차·철강 등에 부과되고 있는 품목 관세는 이번 판결 대상이 아니다. 50% 고율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철강업계는 직접적인 영향은 피했지만 관세 인하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현재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7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부 관세 적용 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는 이를 관세 완화 신호로 해석하며 기대를 걸었으나 이번 판결로 관련 논의는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상호관세 축소·폐지로 줄어드는 세수를 메우는 데 집중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글로벌 관세 10% 부과안에 서명, 하루 만에 이를 15%까지 재인상했다. 이 같은 기조 속에서 관세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무역확장법 232조의 경우 부과 기간과 세율에 상한이 없어 부담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50% 관세가 유지될 경우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부담해야 할 연간 관세액은 약 5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관세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주요 기업들의 대미투자는 시장 파이를 늘리기 위한 차원이라 관세와 무관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 무역 협상의 핵심인 마스가 프로젝트를 앞둔 조선업계는 대미투자 이행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선업계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 가동을 앞둔 가운데 한미 간 기존 합의가 영향을 받는다면 사업 계획 전반에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대미투자 이행 여부도 관건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금액 중 1500억달러를 미국 조선업 재건에 투입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을 문제 삼는 상황에서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돼 투자 일정이 지연될 경우 국내 조선사들의 미국 사업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조선업 재건 의지가 강한 만큼 타 업종 대비 압박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3일 '미국 해양 행동계획(MAP)'을 공개하며 한국과의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동맹국 조선소에서 계약 초기 물량을 건조하고 이후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 내에서 선박을 제조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에 부과된 관세가 없기 때문에 향후 협상 결과 등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계획된 투자 일정에 차질이나 변경 사항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한편 당정청은 대미투자특별법을 오는 3월9일까지 처리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와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등 주요 기업들의 현지 투자도 계획대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