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체들이 인쇄용지 가격 톤당 10%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에 있는 한 인쇄소 모습./사진=뉴시스
국내 인쇄용지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 한국제지 등 제지업체들이 1년 3개월 만에 톤당 공급단가를 120만원에서 132만원으로 1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고환율로 펄프 가격과 해상운임이 상승하며 원가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제3차 세계대전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자 인쇄용지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제지 3사, 인쇄용지 가격 10% 인상 검토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 한국제지는 인쇄용지 가격을 톤당 10% 올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인쇄용지는 책·잡지·전단지·교과서 등 대부분의 인쇄물에 사용되는 종이로 전체 제지 생산량 가운데 약 30%를 차지한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2024년 연간 인쇄용지 생산량은 약 220만 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한솔제지(55만 톤·25%), 무림페이퍼(46만2000톤·21%), 한국제지(46만2000톤·21%) 등 3사의 인쇄용지 시장 점유율은 67%에 달한다.

이달 중순부터 이들 3사는 지역 대리점과 대형 인쇄소 등을 대상으로 가격 인상 수용 가능성을 비공식적으로 타진하는 한편 아트원제지, 홍원제지, 전주페이퍼 등 다른 업체들의 동참 여부도 파악할 계획이다. 이후 이르면 6월 말, 늦어도 7월 초에는 가격 인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펄프값 상승에 원가 압박 확대
이번 제지업체들의 인쇄용지 가격 인상에는 중동 전쟁으로 원자재인 펄프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펄프는 인쇄용지와 화장지, 백판지 등의 핵심 원료로 제지 제조 원가의 약 60%를 차지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 동향에 따르면 글로벌 펄프 가격의 기준이 되는 '미국 남부산 혼합활엽수 펄프(SBHK)'의 올해 2월 평균 가격은 톤당 740달러로 전월(700달러) 대비 5.7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톤당 630달러까지 떨어졌던 SBHK 평균 가격은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9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지업체들은 전체 펄프 사용량의 약 8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과 유가, 글로벌 수급 상황 등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중동 리스크에 해상운임 급등
여기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환율과 유가를 자극하고 있는 점도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우회 항로를 통해 원유와 가스를 들여와야 해 해상 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50~80%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글로벌 해상운송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6일 기준 전주 대비 156.08포인트 오른 1489.19를 기록했다. 전주 상승폭(81.65포인트)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유조선 운임지수(WS)는 지난 3일 465.56으로 일주일 전보다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철광석 등을 운반하는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 역시 지난 3일 2242포인트로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한솔제지는 지난달 에너지 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백판지류 할인율을 10% 축소하며 가격을 한 차례 인상했으며 같은 기간 깨끗한나라도 동일한 방식으로 백판지류 가격을 10% 올린 바 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쇄용지 수요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환율과 중동 전쟁 등 대외 변수까지 겹치면서 인쇄용지 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