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비축유 및 비축시설 운용기준에 따라 정부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보유한 비축유를 민간 정유사에 먼저 빌려주고 이후 정유사가 해외에서 확보한 대체 물량을 국내에 들여오면 해당 원유를 정부에 상환하는 식이다.
운영 기간은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총 두 달간이며 정산 가격은 비축기지 기본 대여료에 기업의 대체 물량과 정부 비축유 간 가격 차액을 더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현재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정부에 총 2000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 스와프를 신청한 상태이며 1곳은 이미 약 200만 배럴에 달하는 스와프 계약을 마쳤다.
정유업계는 이번 조치를 통해 대체 물량 확보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미국에서 출발한 유조선이 한국에 오기까지 50일, 중동은 20일, 호주는 14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활용할 경우 도입 기간이 10일 이내로 줄어 들어서다. 원유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동안 정부 물량을 활용할 수 있어 공백 없이 안정적인 원유 공급이 가능하단 분석이다.
정부 비축유가 중동산 중질유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원유의 7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어 국내 정유사들의 설비 역시 중동산 중질유에 최적화됐다. 정유 설비의 경우 원유의 성상에 따라 가동 방식과 운용 효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원유 가공이 익숙하고 편한 중동산 중질유의 활용도가 더 높다는 진단이다.
원유→정유→나프타→석유화학제품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구조를 감안할 때 석화업계에도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석화업계는 나프타를 가공해 에틸렌 등을 비롯한 다양한 석화 제품을 제조하는데, 최근 중동 리스크에 따른 나프타 수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은 국내 정유사가 생산하는 나프타와 수입 나프타를 절반씩 취급한다. 이중 수입 물량의 절반 이상은 이란이 통제 중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정유사에서 나프타 공급이 이뤄지면 최근 제기되는 '공장 연쇄 셧다운'(가동 중단)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현재 원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요 석화 기업들은 핵심 인프라인 나프타분해시설(NCC) 공장 운영을 일부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최대한 낮추며 '버티기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고강도 구조재편으로 기존 나프타 재고량까지 적었던 만큼 이번 정부의 비축유 스와프 결정이 석화업계 설비 운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평가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전날 중동 상황과 관련한 에너지분야 공급망 현황 브리핑에서 "비축유 SWAP 제도는 원유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추진한 제도"라며 "지금 파악하는 바로는 6월까지 (원유) 수급은 문제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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