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되기 전 삭제…보신주의 우려되는 플랫폼 업계
[7.7 가짜뉴스법이 바꾼 일상③]
네이버·카카오·구글·메타 등 8개 사업자 자율규제 시작
민간 사업자, 허위정보 판단 책임 '거부감'…과잉 차단 우려 확산
양진원 기자
공유하기
편집자주
7월7일부터 온라인 허위정보 등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과 막대한 과징금을 물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 이른바 '가짜뉴스 규제법'(7·7법)이 시행됐다. 언론사 기사나 유튜버 영상 뿐 아니라 일반 개인이 남긴 댓글이나 SNS 게시물도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누구든 단 한 순간의 실수로 빚더미에 앉을 수 있는 셈이다. 가짜뉴스법 시행으로 달라진 대한민국의 풍경을 짚어본다.
'가짜뉴스 규제법'(7·7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시행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메타 등 민간 플랫폼이 허위조작정보를 판단하는 '온라인 검열관' 역할을 맡게 됐다. 정부는 악의적인 가짜뉴스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라고 강조하지만 민간 사업자들은 논란을 키우지 않기 위해 선제적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최근 허위조작정보 대응 의무를 적용받는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네이버·카카오·에이엑스지(AXZ)·네이트·디시인사이드·구글·메타·엑스(X)·틱톡 등 9개 사업자를 지정했다. 이들은 허위조작정보 신고·처리 기준을 마련하고 삭제·차단·노출 제한 시 그 이유와 이의신청 방법을 당사자에게 알려야 한다. 처리 결과를 담은 투명성 보고서도 공개한다. 삭제·차단 여부는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
네이버는 법 시행 하루 전인 지난 6일 고객센터에 불법·허위조작정보 전용 신고센터를 개설했다. 블로그와 카페, 뉴스 댓글, 치지직 등 공개형 서비스가 대상이다. 허위조작정보임을 알면서 손해를 끼칠 의도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이를 유통해 타인의 권리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면 게시물을 제한할 수 있도록 운영정책도 개정했다.
카카오 역시 지난달 30일 고객센터와 신고센터에 허위·조작정보 신고 항목을 신설하고 이를 금지행위에 포함했다. 일반 카카오톡 대화방은 사적 영역으로 제외되지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오픈채팅방 등은 신고·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음 운영사 에이엑스지도 다음 카페와 뉴스, 티스토리 등의 신고 창구에 불법·허위정보 항목을 추가했다.
해외 사업자는 기존 신고 절차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유튜브는 국가별 법률 위반 콘텐츠를 '기타 법적인 문제' 양식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관련 페이지를 정비했다. 사안에 따라 법원 명령이나 당사자·법률대리인의 신고를 요구할 수 있는데 국내 사업자와 달리 별도의 허위조작정보 전용 창구는 없다.
메타는 '대한민국의 불법 콘텐츠 신고' 페이지를 별도로 마련했다. 틱톡은 게시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개인이나 사회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는 허위정보를 금지하고 조치 건수를 집행 보고서로 공유한다.
법적 부담이 커진 사업자들이 선제적으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신고받고 삭제하지 않으면 그 사유를 신고자에게 통지해야 하는데 사업자로서는 민원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 민원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판단할 인프라 확충도 고민거리다.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는 비회원도 닉네임과 비밀번호만으로 글을 쓸 수 있어 게시물 삭제 시 작성자 통지와 이의신청 절차를 어떻게 보장할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개정법으로 누구나 허위조작정보를 신고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이나 종교단체가 비판 게시물을 조직적으로 신고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오픈 채팅에서 파업을 준비하는 노동조합이나 정치적 입장을 지닌 시민단체들도 허위조작정보라는 논란에 휩싸여 위축될 수 있다.
플랫폼 업체들은 우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가이드라인에 기반해 허위정보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판단이 어렵다면 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회에 이를 전달해 심의받는다. KISO가 심의 결과를 해당 기업에 통보하면 기업에서 제재 및 소명 절차 등이 진행된다.
정부가 밝힌 사실확인단체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소수의 사실확인단체가 허위조작 여부를 가리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조직 정비 역시 미흡하다. 현재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을 받은 사실확인단체는 JTBC뿐이고 3곳이 추가로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를 지원할 정부의 정보투명성센터는 출범도 제대로 못 한 실정이다.
시의성이 중요한 정보의 특성상 한번 삭제되면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용자가 플랫폼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는 규정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업계 전문가는 "아직 여러 부분에서 준비가 미흡하지만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각 사가 허위정보 사례를 다루면서 업계에서 통용되는 기준이 세워질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 온도 차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메타나 구글 등 해외 사업자는 국내법에 크게 영향을 안 받을 수 있다"며 "국내 사업자들만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양진원 기자
안녕하세요 양진원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