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회사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어요." 최근 만난 국내 주요 제약사 고위 관계자는 삼천당제약 논란을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 22일 코스피, 코스닥 지수(이하 종가 기준)가 연초(1월2일) 대비 각각 48.9%, 24.9% 오른 반면 KRX 헬스케어 지수는 3.6%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평가는 단순한 기우가 아닌 듯하다. KRX 헬스케어 지수는 코스피·코스닥 종목 중 제약·바이오 산업에 속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로 구성됐다.


유독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배경에는 삼천당제약이 자리한다. 주가가 단기간 급락하자 섹터 전반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천당제약 주가는 연초 24만4500원에서 지난달 30일 118만4000원까지 올랐으나 약 3주 만인 지난 22일 40만3000원까지 하락했다. 한때 1위였던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는 단숨에 5위까지 내려왔다.

삼천당제약의 주가를 빠르게 끌어내린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는 계약 부풀리기 의혹과 미숙한 시장 소통 등을 꼽는다. 이 회사는 지난달 체결한 경구용 위고비 제네릭(복제약) 등의 미국 라이선스 계약 규모가 1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공시된 계약 규모(1억달러·1508억원)의 100배 수준이다.

삼천당제약은 상업화 후 10년간 매출이 계약 규모 15조원의 근거라고 주장했으나 불분명한 사업 전망치를 계약 규모에 포함하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논란이 가중되자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시장과 소통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행인 점은 삼천당제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인석 대표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계약 부풀리기 논란에 대해 "미국 계약 규모를 15조원이라고 공시하지 못한 건 혹시 모를 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한국거래소의 보수적인 공시 가이드라인 때문"이라며 "계약의 실체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시장과 소통 미숙을 사과하며 IR(기업설명회)·PR(대외홍보) 조직 신설도 약속했다. 이후 과거와 달리 보도자료 등 외부 경로를 통한 시장 소통을 본격화했다.

업계 전반의 변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투자자가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출범한 금융감독원 제약·바이오공시 개선 TF(태스크포스)에 업계는 대체로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공시 부담이 늘어나긴 하겠으나 정확한 정보 제공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투명하게 평가받는 것이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아직 미숙한 게 사실이다. 앞서간 미국·유럽 등과 달리 이제 막 신약개발 성과를 축적하기 시작한 수준이다. 성과를 과장하기보다 문제점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개선할 때 비로소 산업도 함께 성숙할 수 있다. 안정적인 투자 유치는 덤이다. "평판을 쌓는 데 20년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는 워런 버핏의 격언을 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