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2026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 토요타 가주 레이싱(TGR) 부스에서 드라이버가 드리프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끼이익' 하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고막을 때렸다. 동시에 뒷바퀴가 아스팔트를 짓이기며 뿜어낸 매케한 타이어 타는 연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보령의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새빨간 토요타 GR86이 춤을 추듯 미끄러지자 길을 지나던 행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발걸음을 멈추고 홀린 듯 차를 바라봤다.
2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2026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 토요타 가주 레이싱(TGR) 부스에 구름같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엔진음과 타이어 마찰음이 진동하는 이곳은 토요타가 지향하는 '더 좋은 차 만들기'의 철학이 구현된 실습장이었다. 토요타코리아는 ▲슬라럼 ▲레인 체인지 ▲드리프트 택시 등 세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모터스포츠 DNA를 뽐냈다.

토요타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가 왜 이렇게 모터스포츠에 진심인지 아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단순히 브랜드 홍보나 우승컵이 목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모터스포츠라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차량의 한계를 발견하고 그 경험을 양산차에 접목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아키오 토요타 회장의 열정에서 시작된 '길이 사람을 단련하고 사람이 차를 만든다'는 신념이 가주 레이싱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2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2026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 토요타 가주 레이싱(TGR) 부스에 6000 클래스 스톡카(Stock)가 전시돼 있다. /사진=최유빈 기자
현장에는 국내 정상급 드라이버들이 인스트럭터로 대거 포진해 눈길을 끌었다. 구준학, 정의철, 김종겸, 최광빈, 서주원, 이율 등이 직접 핸들을 잡거나 참관객의 주행을 지도했다. 현역에서 활약하는 드라이버들이 직접 시트 포지션부터 조향법까지 세세하게 코칭하며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인스트럭터 서주원 선수는 "스티어링 휠을 9시15분 방향으로 잡고 어깨를 시트에 밀착시켜야 타이어의 트랙션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며 기초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슬라럼(Slalom) 코스에서는 차량의 민첩성을 시험했다. 콘과 콘 사이를 지그재그로 통과하며 조향 반응을 살피는 과정이다.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와 GR86으로 이어진 주행에서 토요타 차량 특유의 정직한 거동이 인상적이었다.
2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2026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 토요타 가주 레이싱(TGR) 부스에서 슬라럼 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최유빈 기자
레인 체인지(Lane Change) 세션은 돌발 상황에서의 회피 능력을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4륜 구동 세단인 크라운과 후륜 구동 스포츠카 수프라가 투입됐다.
특히 '풀 브레이킹' 체험이 압권이었다. 보통의 운전자들이 일상에서 밟는 제동은 한계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장모님이나 아내에게 욕먹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밟아서는 안 된다. 브레이크 페달을 부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밟아야 한다"는 지시에 따라 페달을 짓누르자, 안전벨트가 어깨를 강하게 조이며 차량이 노면에 박히듯 멈춰 섰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드리프트(Drift)였다. 가속 페달과 클러치 조작만으로 차체의 뒤를 흘리며 원을 그리는 광경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86은 '운전자를 성장시키는 차'라는 명성답게 노면의 정보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 굉음과 함께 차체가 옆으로 미끄러지는 와중에도 드라이버의 의도대로 궤적을 수정하는 모습에서 토요타가 강조한 '조작의 용이성'과 '안전'의 가치를 엿볼 수 있었다.
2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2026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 토요타 가주 레이싱(TGR) 부스에서 드리프트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토요타가 모터스포츠에 매진하는 이유는 '더 좋은 차 만들기'(Ever-Better Cars)라는 경영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혹독한 시험대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길이 사람을 단련하고, 사람은 차를 만든다'는 신념 아래 극한의 레이싱 환경에서 차량의 한계를 마주하며 얻은 기술적 경험과 인재 육성의 노하우를 양산차 개발에 고스란히 이식하고 있다.
한국토요타는 국내 모빌리티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국내 최초 모터스포츠 전공을 개설한 아주자동차대학교와 2020년 인재 육성 산학협력 프로그램 T-TEP(TOYOTA Technical Experience Program) 협약을 체결하고 ▲전동화 트레이닝 아카데미 개설 ▲실습용 차량 및 부품 기부 ▲장학금 전달 등을 지원해왔다. 2024년부터 국내 모터스포츠 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아주자동차대학교에서 주관하는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에도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풀뿌리 모터스포츠는 인재를 육성하고 고객 참여를 확대해 나가는 과정으로, 보령 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을 통해 고객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현장 중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참여형 프로그램을 지속 확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모터스포츠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