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제정된 해상풍력특별법 주요 쟁점 및 대안책.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지난 3월 제정된 해상풍력특별법을 계기로 업계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법안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세부 과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제도 변화를 맞은 기존사업자가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관련 지원책을 뒷받침하는 한편 시장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중장기 로드맵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기존 해상풍력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관련 특별법이 제정됐다. 정부 주도 속 예비지구 지정→기본설계안 수립→민관협의회 구성→발전지구 지정→사업자 공모·선정→실시계획 수립·승인→착공 및 준공 순으로 사업 개발이 이뤄진다. ▲해상풍력 추진체계 및 절차 규정 마련 ▲발전지구 내 경쟁입찰 통한 사업자 선정 ▲복잡한 인허가 과정 단축 등을 통해 기존에 겪었던 문제들이 제도적 차원에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첫발을 뗀 법안인 만큼 보완할 부분도 상당하다. 특히 특별법 제정 이전 시장에 뛰어든 기존사업자의 지위 승계 문제가 가장 주효하다. 특별법상 해상풍력발전위원회 신규 심의 절차가 기존 개별법 절차와 중첩되면서 사업 기간이 도리어 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민간협의회 구성으로 민간 사업자가 수년간 공들인 주민 합의가 백지화되거나 추가 보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확보해 놓은 허가권이 무효화 될 수도 있다. 기존 허가권자가 특별법 제정 이후 진행되는 발전지구 공모에서 탈락할 경우 사실상 구제받기 어렵고, 발전사업허가를 보유하더라도 국가가 정한 발전지구에 포함되지 못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기존사업자가 수백억원을 투입해 발굴한 입지가 국가계획입지에서 제외돼도 이를 보전받을 방안이 마땅치 않다.

하나의 해상풍력단지 내에 여러 사업자의 해저케이블이 무질서하게 포설된 점도 문제다. 통상 해상풍력 사업자들은 사업구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상전력망으로 송전하기 위해 해저케이블을 포설한다. 이때 관련 기준이 미비한 탓에 좋은 길목을 차지하려는 사업자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규모 케이블 다발이 광범위하고 복잡하게 포설된다. GW급 해상풍력의 경우 육지까지 수십 가닥의 해저케이블이 필요한 만큼 향후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을 확장해 나가기 위해선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특별법 시행 이후 예비지구 지정까지 신규 사업 공백도 불가피하다. 정부는 예비지구 지정 전 어업 활동·해양환경·해상교통·전력계통·군작전 등에 관한 조사를 토대로 정보망을 구축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최소 32개월 이상의 행정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장기간 신규 사업 공백에 대해 발전업계가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전경. /사진=한국전력
향후 특별법이 해상풍력산업의 실질적 동력으로 작용하기 위해선 제도 보완과 후속 과제 이행이 중요하다. 김범석 제주대학교 교수는 "특별법 제정으로 기존 사업에서 겪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면서도 "제도 초기 단계인 만큼 이를 실제 시장 상황에 맞춰 신속히 정착시켜야 하는 과제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기존사업자가 바뀐 사업 환경에 원활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장치를 제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전에 확보한 입지가 부적합 판정을 받을 경우 실비 기반으로 손실 비용을 보상하거나, 기존 민간 사업자와 공공 주도 지구가 중복될 시에는 민간의 지분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등의 방식이다.


기존사업자에 사업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도 요구된다. 김종화 영인에너지솔루션 사장 겸 풍력산업발전전략위원회 위원장은 "발전사업허가를 사전 획득한 사업자에 대해 예비지구 및 발전지구 지정 시 우선권 혹은 배점 우대가 가능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며 "기존에 완료된 환경영향평가·주민 합의 내용 역시 준용해 중복 검토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지방자치단체 민관협의회 구성 시 기존사업자 참여권 보장 ▲유효 풍황계측기 설치 지역 예비지구 검토 대상에 최우선 포함 ▲기존 개별법으로 승인된 항목은 특별법 위원회 심의 시 별도 절차 생략 등의 방안이 제안된다.

인프라 관점에서의 전략도 필요하다. 이른바 '해양공간 공동이용구간'을 바탕으로 해저케이블 공간을 사전에 확보해 해역 내 난개발 문제를 해결하거나 무인도를 거점으로 대규모 전력 기반 시설을 마련하는 '에너지 아일랜드'를 적극 도입하는 게 대안으로 제시된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현재 그리고 미래 프로젝트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명확히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며 "선언적인 계획보다는 구체적인 연간 단위의 중장기 로드맵이 요구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