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다음달 7일까지 총 18일간 예정된 파업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3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 중재로 지난 11~12일 노사가 다시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아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13일 새벽까지 이어진 마라톤 협상 끝에 노조는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삼성전자 노사에 오는 16일 사후조정을 재개할 것을 요청했다. 노사 간 입장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번 진정성 있는 대화와 실질적인 교섭이 필요하다는 게 중노위 입장이다.
삼성전자 역시 노조 측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에 이날 공문을 보내 대화를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진행된 중노위 사후조정 과정에서 노사 양측이 각각의 의견을 전달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회사는 노사가 직접 대화를 나눌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제도화와 투명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화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어 재개 여부는 미지수다.
재계의 시선은 법원의 가처분 판단으로 향한다. 법원이 쟁의행위 금지를 요청한 회사의 가처분 신청에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노조의 총파업 규모나 수위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4월16일 수원지방법원에 노조를 상대로 생산시설 점거 및 안전보호시설 운영 방해 등 위법 쟁의행위를 금지해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총파업으로 반도체 공정이 중단될 경우 단순 금전 손실을 넘어 회복이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선제대응에 나선 것이다.
법원은 지난달 29일과 이달 13일 두차례에 걸쳐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업계에선 21일부터 총파업인 점을 감안해 법원이 늦어도 20일 이전,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본다.
노조의 쟁의행위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인만큼 파업이 전면 금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것처럼 주요 공정이나 필수 인력에 대한 파업은 금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노조는 해당 라인과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파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도 총파업의 변수로 지목된다. 긴급조정권은 파업으로 국가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하는 제도다. 발동 시 노조의 쟁의행위는 즉시 중단되며 30일 동안 파업이 금지된다. 해당 기간 동안 노사는 강제적으로 조정 절차에 들어가게 되며 사실상 정부가 노사 교섭 흐름을 직접 통제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8월 아시아나항공과 12월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4차례가 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총파업이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 국내 반도체 생산 차질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긴급조정권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은 시장에 현 상황이 최악이라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며 "노조의 반감을 더 키우는 등 부작용만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긴급조정권은 상황이 매우 긴박할 때 꺼내야하는 카드"라며 "정부가 민간기업의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 노사 대화나 노사정협의를 통해 문제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부도 긴급조정권 발동보다는 대화를 우선한다는 입장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화가 필요하다. 밤을 새워서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