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두나무 지분 1조원 규모를 인수하며 디지털자산 시장 선점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온체인 금융상품 등 미래 금융 인프라를 둘러싼 금융그룹과 디지털자산 사업자 간 합종연횡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4대 금융지주 전경./사진=각 사
하나금융그룹(하나금융지주)이 두나무 지분 1조원 규모를 인수하며 디지털자산 시장 선점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온체인 금융상품 등 미래 금융 인프라를 둘러싼 금융그룹과 디지털자산 사업자 간 합종연횡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그룹은 하나금융의 두나무 지분 투자 발표 이후 디지털자산 사업 전략과 제휴 가능성에 대한 내부 점검에 들어갔다. 아직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과 제도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당장 사업화 단계로 보기는 어렵지만 하나금융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 인프라를 보유한 두나무와 손잡으면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하나금융은 지난 15일 주요 관계사인 하나은행을 통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중 228만4000주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지분율은 6.55%로, 하나은행은 이번 거래를 통해 두나무의 4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두나무는 국내 1위 디지털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번 투자를 단순 지분 취득이 아닌 디지털자산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보고 있다. 전통 금융의 신뢰 인프라와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디지털 금융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하나금융은 두나무와 전략적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양사는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인 '기와체인'을 디지털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발전시키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공동 개발을 추진해 왔고 2026년 2월에는 기존 스위프트(SWIFT) 방식의 외화송금 서비스를 기와체인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기술검증을 마쳤다. 4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3자 간 파트너십을 체결해 실제 기업 거래에서 활용 가능성을 검증할 기반도 마련했다.

다른 금융그룹들도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KB금융은 은행의 본질적 강점을 고객 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분쟁 처리, 사고 대응 등 제도권 수준의 신뢰 인프라로 보고 있다. 디지털자산이 확산될수록 은행의 책임 있는 관리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시장에서는 KB금융이 토스, 빗썸 등과 협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리금융지주는 디지털자산을 단순 투자 대상이 아닌 금융 인프라의 진화 방향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정 웹3(Web3) 기업 지분 확보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 간 거래(B2B) 디지털 결제, 무역금융 솔루션, 온체인 금융상품 등 실질적인 금융 서비스 역량 내재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기업 고객 기반을 고려할 때 가장 가까운 시장 기회 중 하나로 보고 여러 기업과 기술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외부 플랫폼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지만, 특정 사업자 지분 취득보다 사업 목적에 맞는 파트너와 실질적인 협업 구조를 만드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한지주도 디지털자산 관련 업계와 접촉하며 시장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지 않았고 관련 법안도 확정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성과나 전략을 공식화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확정돼 은행들이 이를 유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가상자산 업계와 접촉하고 있고 송금 실험, 블록체인을 활용한 보안 강화 등 흐름은 동일하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디지털자산 경쟁은 결국 제도화 속도에 따라 구체화될 전망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발행·유통되기 위해서는 발행 주체, 준비자산 관리, 이용자 보호, 자금세탁방지, 감독 체계 등 핵심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두나무 지분 투자로 먼저 움직인 만큼 다른 금융그룹들도 자체 역량을 키울지, 플랫폼과 손잡을지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