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 협상이 남긴 기록이다. 성과급 재원 확대와 제도화 등을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던 삼성전자 노사는 정부의 중재로 마련된 대화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았고, 숙의를 거듭한 끝에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단 90분 앞둔 상황에서 미래를 위한 대승적 합의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이번 협상은 막판까지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성과급에 대한 노사의 인식과 견해가 평행선을 달려 진통과 고난의 시간이 지속됐다. 지난해 11월 첫 상견례 이후 노사는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노조는 올해 3월 쟁의권을 확보하며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도 노조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을 제기하는 등 강대강 대치를 이어왔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 15%와 상한폐지, 성과급 제도화를 주장한 반면 회사는 영업이익 10%와 유연한 성과급을 고수해 왔다. 성과급 재원의 배분 비율을 놓고도 이견이 지속됐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부문 70%, 사업부 30%의 비율로 배분하자고 요구했다. 반도체(DS)부문 성과급 재원의 70%를 모든 사업부에 똑같이 나누고 나머지 30%만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측은 부문 공통 재원이 많아지면 적자를 내고 있는 사업부도 흑자 사업부와 동일한 수준의 성과를 받게돼 '성과주의'라는 경영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며 부문 공통 40%, 사업부 60%를 제안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건 정부다.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그 여파로 인한 총손실 규모가 100조원대에 달하고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번지자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회사 경영진과 노조 집행부를 만나 대화를 이어가자고 설득했고 지난 5월11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로 협상이 재개됐다.
1차 사후조정 첫날, 노사는 11시간30분에 걸친 마라톤 회의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영업이익의 N%'를 놓고 숫자싸움이 치열했다. 둘째날 회의는 이튿날 새벽까지 17시간가량 진행됐지만 노사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고 노조는 결국 사후조정 결렬을 선언, 총파업을 강행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나서 다시 노사 대화를 설득했고 18일 2차 사후조정이 열렸다. 2차 조정에 들어서며 국면은 조금씩 반전됐다. 한치의 물러섬이 없던 노사가 주요 쟁점들에 대한 입장을 양보하며 접점을 찾아나간 것이다. 1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던 2차 사후조정은 20일 오전까지 지속됐다. 하지만 끝내 합의를 이루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총파업이 강행될 것이란 우려가 짙어진 상황에서 김영훈 장관 주재로 20일 오후 4시 노사의 대화가 재개됐다. 이후 6시간30분의 숙의 끝에 노사는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며 손을 맞잡았다.
합의안은 평균 임금 6.2% 인상과 사업성과 기반 10.5%의 반도체(DS) 부문 대상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주택자금 대출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DS 특별경영성과급의 재원 배분율은 부문 40%, 사업부 60%로 나누고, 공통 조직의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정해졌다. 적자 사업부에 대해서는 공통 지급률의 60%를 적용하기로 했다. 특별성과급은 현금이 아닌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규칙은 향후 10년 간 적용하되 2026년~2028년까지 해마다 DS부문 영업이익 200조원, 2029년~2035년까지 해마다 DS부문 영업이익 100조원을 달성할 때 지급하기로 했다.
노조는 영업이익 정률 배분과 상한 폐지, 성과급 제도 10년 유지를 얻어냈다. 회사는 일정 실적을 넘길 때만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조건과 현금 대신 주식 보상을 관철시키며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경영 기본 원칙을 지켰다.
이 같은 대타협에는 정부의 역할이 가장 컸다. 노조 파업을 막기 위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던 상황에서도 정부는 끝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고 단계적 타결 로드맵을 제시했다. 김영훈 장관이 노사 모두에게 출구 명분를 갖게 해 양보를 이뤄내며 최종 합의문이 도출될 수 있었다. 이번 중재는 민간 기업의 노사 분쟁에 정부가 개입하는 선례가 됐다는 점에서 향후 노동정책 지형 변화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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