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우체국을 은행대리업 시범운영 사업자로 포함해 은행권 업무 일부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시범운영이 시작되면 소비자는 우체국 창구를 통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대출 상담과 신청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은행대리업은 은행이 아닌 기관이 은행을 대신해 예·적금, 대출, 환거래 등 은행 고유업무를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은행 영업점이 없는 지역에서도 소비자가 창구를 통해 은행 상품 상담과 계약 절차 등 대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 고유업무를 외부 기관이 대리하는 만큼 정부는 일정 요건을 갖춘 기관에 한해 진입을 허용하는 인가제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시범운영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의 후속 조치 성격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 중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 강화' 과제에서 소외지역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은행점포 운영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은행 영업점이 없는 지역에서는 은행대리업을 통해 우체국, 상호금융기관 등에서 은행 업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정식 제도화를 위해서는 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은행 고유업무 중 본질적 요소를 제3자가 대리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법 개정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근거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은행대리업을 우선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법 개정 전 제도 효과와 소비자 보호 장치를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4대 은행과 우정사업본부, 9개 저축은행(동양·모아·센트럴·오성·SBI·인천·제이티친애·진주·한성저축은행)을 은행대리업 혁신금융사업자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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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높이되 책임은 은행에…제도 안착 과제도 ━
이에 따라 제도가 단순 전달 중심의 수탁 업무에 머물 경우 고객 문제 해결의 완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가 우체국 창구에서 대출 상담과 신청을 진행하더라도 실제 심사 결과나 조건 조정, 승인 여부는 은행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책임소재 정비도 핵심 과제다. 정부는 은행대리업자가 은행 업무 수행과 관련해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위탁은행이 1차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할 구상이다. 대리업자를 통한 창구 확대가 소비자 피해 책임 회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해외에서는 은행 업무의 외부 수행을 허용하되 책임소재와 감독체계를 명확히 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은행대리업을 '계약체결을 대리 또는 매개하는 업'으로 정의해 중개를 포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금융상품판매 중개업을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별도로 규율하고 있어 은행대리업 개념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대리업자의 설명 의무 위반이나 불완전판매 등으로 발생한 손해까지 부담할 수 있는 만큼 내부통제와 관리·감독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부담으로 남는다. 은행대리업 도입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와 은행의 책임 부담 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혜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은행의 신용을 매개로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대리 창구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탁은행이 고객에게 우선 배상하는 절차는 금융소비자 보호의 기본 원칙"이라면서도 "은행에 무한 연대책임을 지울 경우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한 은행들이 대리업 제휴 자체를 축소하거나 기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역효과를 막기 위해서는 은행과 대리점 간 사후 구상권 청구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은행이 관리 의무를 다한 경우 책임을 면제하는 조건부 면책 조항을 실무 매뉴얼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업무 확장에 대비해 취급한도 제한, 이상거래 탐지시스템 연동, 본점과의 실시간화상 연결 등 온·오프라인 통제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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