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ES90 전면. 볼보의 최신 디자인 언어와 전기차 전용 비율을 반영한 플래그십 세단이다. /사진=최유빈 기자
"기대보다 훨씬 세련됐다."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마주한 볼보 ES90의 첫인상이었다. 길게 뻗은 차체와 매끄러운 패스트백 실루엣은 전통적인 대형 세단보다 한층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이후 시내까지 이어진 이동에서 ES90은 디자인 이상의 강점을 보여줬다. 넉넉한 뒷좌석 공간과 인상적인 정숙성, 개방감 높은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이동 시간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전기차 시대 플래그십의 기준을 성능 경쟁보다 탑승 경험에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차량이 도로에 진입하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정숙성이었다.
볼보 ES90 실내. 9인치 운전자 디스플레이와 14.5인치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간결한 디자인을 구현했다. /사진=최유빈 기자
전기차인 만큼 엔진 소음이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ES90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 고속 구간에서도 외부 소음 유입이 크지 않았고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 역시 상당 부분 걸러냈다. 차량 속도가 높아질수록 일반적으로 풍절음이 커지기 마련이지만 ES90 실내에서는 그런 변화가 크지 않았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목소리를 높일 필요도 없고 음악 볼륨을 키울 필요도 없다. 차량이 이동하는 동안 실내 분위기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바르셀로나 시내로 향하는 과정에서 도로 상태가 양호한 구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노면이 거친 구간도 있었고 연결부를 지나는 구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충격이 탑승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볼보 ES90 측면 모습. 패스트백 스타일의 루프라인과 긴 휠베이스가 조화를 이룬다. /사진=최유빈 기자
ES90에 적용된 긴 휠베이스와 에어 서스펜션 세팅이 편안한 승차감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볼보는 ES90에 3.1m 휠베이스와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해 승차감을 높였다고 설명한다.
실내 공간도 인상적이었다. ES90은 전통적인 대형 세단과는 조금 다른 비율을 갖고 있다. 루프라인은 비교적 매끄럽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형태지만 실내 공간 손실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운전석이 성인 기준으로 맞춰진 상태에서 뒷좌석에 앉았는데도 무릎 앞 공간이 상당히 넉넉했다. 주먹 몇 개가 들어갈 정도의 여유가 남았고 자세를 바꿔 앉거나 다리를 뻗어도 답답하지 않았다. 동승한 키 180cm 성인 남성 역시 넉넉한 레그룸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장거리 이동이라면 체감 차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볼보 ES90 뒷좌석. 넉넉한 레그룸과 라운지 형태의 암레스트를 적용해 탑승 편의성을 높였다. /사진=최유빈 기자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는 대형 SUV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실제 뒷좌석 공간만 놓고 보면 ES90 같은 대형 전기 세단이 갖는 장점도 분명하다. 바닥이 평평하고 레그룸이 넓어 탑승자가 보다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였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 상당수가 파노라믹 루프를 적용하고 있지만 ES90의 경우 존재감이 유독 크게 느껴졌다. 차량 천장을 대부분 덮고 있는 대형 글래스 덕분에 실내 개방감이 상당하다. 평소에는 불투명하지만 모니터로 조정하자 곧바로 투명한 하늘이 비쳤다.

이날 바르셀로나 하늘은 맑았다. 뒷좌석에 앉아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면 푸른 하늘이 그대로 시야에 들어왔다. 단순히 채광이 좋아지는 수준이 아니라 실내 공간 자체가 더 넓게 느껴졌다.
볼보 ES90에 적용된 대형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넓은 채광 면적을 바탕으로 뛰어난 개방감을 제공한다. /사진=최유빈 기자
실내 디자인 역시 화려함보다는 정돈된 분위기에 가깝다. 디스플레이를 과도하게 늘어놓거나 복잡한 버튼을 배치하기보다 필요한 기능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덕분에 탑승자는 차량 자체보다 이동 경험에 집중하게 된다.
ES90이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를 고려한 차라고 느꼈다. 뒷좌석에서는 넓은 공간과 정숙성이 먼저 느껴지지만 이동 과정에서 차량의 움직임을 통해 운전자를 배려한 세팅도 어느 정도 체감할 수 있었다. 가속과 감속이 매끄럽고 차선 변경 과정에서도 차체 움직임이 안정적이었다.


탑승자가 편안하려면 운전자 역시 편해야 한다. 운전이 피곤하면 승차감 역시 자연스럽게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ES90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방향으로 개발된 듯했다.
볼보 ES90 후면. 수직형 리어램프와 일체형 디자인을 적용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사진=최유빈 기자
이러한 편안함 뒤에는 볼보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첨단 안전·운전자 보조 기술도 자리하고 있다. ES90은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센서를 활용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며 차선 유지 보조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파일럿 어시스트 등 다양한 주행 보조 기능을 기본 적용했다. 운전자의 주의 상태를 감지하는 운전자 이해 시스템과 후방 접근 차량을 알려주는 문 열림 경고 기능 등도 탑재됐다.
짧은 시승이었던 만큼 모든 기능을 체험할 수는 없었지만, 차량이 차선을 따라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가감속을 매끄럽게 이어가는 모습에서 볼보가 추구하는 안전 중심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볼보의 차세대 순수 전기 플래그십 세단 ES90은 오는 7월 국내 공식 출시 예정이다. ES90의 상세 정보 및 사양, 가격 등은 공식 출시 시점까지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