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 분양전환가격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된다. 법원은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현행 가격 산정 방식의 적법성을 인정했지만 집값 급등으로 입주민의 경제 부담이 커지면서 개발이익 배분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빌라 밀집 지역. /사진=뉴스1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을 둘러싼 갈등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현행 법령과 계약에 따라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분양전환가격을 정하는 방식에 대해 법원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분양전환 논란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집값 급등으로 퇴거 부담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상대로 한 분양전환가격 조정 소송이 잇달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감정평가 방식 자체보다 집값 급등에 따른 개발이익을 분배하는 제도의 한계가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르면 전용면적 85㎡ 이하 5년 공공임대는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의 평균으로 분양전환가격을 결정한다. 반면 10년 공공임대는 분양전환 시점의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가격을 정한다.

5년 공공임대는 사실상 분양가상한제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어 가격 논란이 적었다. 반면 10년 공공임대는 시세를 반영한 감정평가액으로 분양전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집값이 급등하는 경우 입주민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갈등은 2018년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에서 본격화됐다. 2009년 입주 당시 3.3㎡당 평균 분양가가 1600만원에서 10년 만에 3300만원대로 올랐다. 분양전환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이에 일부 입주민들은 분양전환가격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현행법상 감정평가 방식의 효력을 인정했다.


이후 세종·광교·시흥 등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이어졌다. 집값 상승폭이 컸던 수도권에서는 분양전환가격이 급등하면서 10년간 거주한 집을 분양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잇단 분쟁에 공급 중단
집값 상승으로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 부담이 커지면서 입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지난해 9월 경기 고양시 LH 고양사업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입주민들은 분양전환가격에 건설원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입주자모집공고와 임대차계약서에 분양전환가격 산정 기준이 명시됐고 관련 법령은 2개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액 평균으로 가격을 산정하도록 정한 만큼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감정평가를 통해 적정 가치를 산정하도록 법에 규정된 만큼 사업자가 가격을 임의로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부터 유지돼 온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업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처분할 경우 배임이나 공공자산 헐값 매각의 논란에도 휘말릴 수 있다. 실제 공공기관의 자산 매각 과정에서 적정 가격 산정 여부는 감사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감정평가액이 높다고 주장하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감정평가는 거래 사례와 입지, 주택 상태 등을 종합 평가해 가격에 반영하며 실거래가보다 높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 분양전환 갈등이 단순한 가격 분쟁을 넘어 공급 당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집값 폭등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입주민들이 감정가에 반발하는 배경 역시 집값 상승으로 분양전환 부담이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판교 공공임대 분쟁 사례에서 분양전환 초기의 논란은 이후 집값이 더 큰 폭으로 오르면서 잦아들었다.
5만가구 추가 분쟁 가능성
분양전환을 앞둔 공공임대 물량은 여전히 5만가구 안팎으로 추산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10년 공공임대 공급은 2015~2017년 연간 1만7000가구 안팎 승인됐다가 2018년 약 6000가구로 급감했다.

고분양가 논란이 지속되자 2019년 400~700가구의 원주민 이주 대책 물량을 마지막으로 10년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의 공급은 사실상 중단됐다. 최근에는 장기 거주 중심의 통합공공임대를 확대하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일정 수준의 할인된 가격에 우선 분양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은 현실적인 타협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집값 급등으로 발생한 개발이익을 공공기관이 100% 소유하는 현 구조의 문제도 지적됐다.

김현철 전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2023년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주택가격 상승으로 발생한 개발이익을 배분하는 방식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5년과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가격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거나 임대 시작과 종료 시점의 감정평가액을 함께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