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6·3 지방선거에서 '절반의 승리'에 그쳐 당내 '연임 불가론'에 직면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직 사퇴 후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 귀국 행사에 참석하면서 그간 불거진 '명·청(이 대통령·정 대표) 갈등' 봉합에 나섰다.
정 대표는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흔들리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다 흔들리면서 젖으면서 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 대표의 발언은 이 대통령의 귀국길을 영접한 직후여서 이목이 쏠렸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쯤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다소 굳은 표정으로 정 대표 등과 악수했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가 허리를 90도가량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와 악수하면서 "수고했습니다"라고 했다.


영접 현장에 관심이 쏠린 것은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 당청 간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경기 평택을 등 격전지에서 민주당이 패배함에 따라 정 대표의 사퇴론이 제기됐다. 이에 정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선거 책임론을 두고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말했다.

사흘 뒤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집권 여당은 신념의 언어보다는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강성 당원 중심의 선명성 노선을 고수해 온 정 대표를 향해 이 대통령이 견제구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 대표는 이후 이 대통령을 향해 "월드클래스" "역대급 외교 성과" "세계적 지도자" 등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등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정 대표가 이날 귀국 행사에 참석하면서 당청 간의 추가적인 파열음은 일단 피한 것으로 보인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동행미디어 시대'에 "이날 장면은 갈등 봉합이라기보다 정 대표에게 (이 대통령이) 다시 기회를 준 메시지로 봐야 한다"며 "대통령도 할 일은 했지만 굳은 표정 등을 보면 분위기상 관계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 대표는 당내 '연임 불가론'에도 오는 24일쯤 사퇴 후 연임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헌·당규에 대표 연임 시 사퇴 시한을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 대통령이 2024년 민주당 대표 연임에 도전했던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다. 이 대통령은 당시 차기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 이틀 전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오는 24일은 이번 전당대회 전준위 구성 이틀 전이다.


정 대표가 당내 '연임 불가론'에도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총선 공천권과 무관치 않다. 오는 8·17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민주당 차기 대표의 임기는 2년이다. 이에 따라 차기 당대표는 2028년 4월로 예정된 국회의원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한다.

정 대표가 이번에 물러날 경우 정치적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점도 연임 포기를 결정하기 어렵게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정 대표가 지난 2월 3일 민주당 중앙위원회를 통해 가결한 '1인 1표제'도 연임 도전 명분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체 권리당원의 33%를 차지하는 호남 표심을 바탕으로 당내 반발을 정면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 발언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