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을 겨냥한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강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보유세가 서구 선진국보다 낮다고 했고,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부동산세제 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도체, 증시 호황으로 급증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드는 걸 막으려면 부동산 증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 집중된다면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건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했다. 임광현 국세청장도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필요성을 언급했다. 7월 말 정부가 내놓을 세제개편안에 '초고가 1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 임대 사업자 양도세 특혜 축소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책 당국자들이 부동산 세제개편을 강조하는 건 수도권 집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지난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71주 연속 올랐고, 월세도 36개월 연속 상승했다.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식으로 번 돈, 반도체 기업의 억대 성과급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돼 매매·전세·월세의 '트리플 강세'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넘치는 유동성이 집값을 흔드는 일은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 수도권 2기 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10개 혁신도시 개발이 함께 진행되면서 5년간 약 100조 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렸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로 2021, 2022년 한 해 30조 원 안팎이 보상금으로 지급됐다. 이렇게 풀린 돈은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 정책과 맞물려 수도권 집값은 물론이고, 서울의 '똘똘한 아파트 한 채' 값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 정부 본예산은 작년보다 54조7000억 원 늘어난 '슈퍼 확장 예산'이다. 26조2000억 원의 '전쟁 추경'이 추가돼 올해 예정된 정부 지출만 753조 원으로 늘었다. 반도체, 증시 호황의 영향으로 수십 조 원의 세금이 더 걷힐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지방선거 과정에서 '5극 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을 비롯해 전국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에 약속한 재정 투자 계획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시중에 더 풀릴 가능성이 높다.
김 정책실장은 넘치는 유동성의 영향이 본격화하는 시점을 놓고 "진짜 고비는 연말과 내년 초"라며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드는 경향을 반복해 왔다"고 했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면 부동산 세제를 손보기 전에 확장적 재정이 유동성을 더 늘리는 건 아닌지, 이미 닥쳐온 인플레이션 시대에 재정의 고삐부터 죄어야 하는 건 아닌지를 냉정하게 점검해보는 게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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