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순방 경제사절단 동행을 위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세대 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나란히 힘을 싣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현장을 직접 점검하며 기술 역량 확보를 주문했고, 최 회장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고객사와의 접점을 적극 확대하면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양사 총수들이 지원 사격에 나서며 관련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HBM 핵심 생산거점인 충남 천안사업장 C1·C2 라인을 찾아 사업장 운영 현황 및 기술 개발 진행 상황 등에 관한 설명을 청취했다. 이후 방진복을 입고 HBM 패키지 생산라인을 살피며 품질 경쟁력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최근 HBM 사업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이 회장이 직접 나서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달 업계에서 처음으로 HBM4E 12단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하며 HBM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HBM4의 경우 출시 약 4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SK-엔비디아 협력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 회장 역시 SK하이닉스 HBM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메모리 주도권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가장 근래에는 주요 고객사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 회장은 올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무려 7차례 공식 회동에 나서며 파트너십을 견고히 했다. 이달에만 대만 컴퓨텍스 2026에서 만난 데 이어 한국에서도 삼소(삼겹살·소주) 회동, 깐부치킨 만찬, SK 서린빌딩 회동을 함께했다.
최 회장의 행보도 HBM 사업을 전면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도 지난 18일 고객사에 HBM4E 12단 샘플을 공급하며 기술 역량을 증명했다. 당초 올해 하반기로 계획했던 일정을 대폭 앞당긴 것이다. 그동안 HBM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 및 주도해온 만큼, 어드밴스드 MR-MUF 공정 기술 등 검증된 방식을 바탕으로 수율 안정화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 속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는 만큼 두 총수의 이 같은 행보가 사업 역량을 키우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9750억달러로, 1조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도 올해 HBM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58% 증가한 546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시장 호조세에 힘입어 실적 또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는 361조원, SK하이닉스는 262조원이다. HBM을 중심으로 고부가 메모리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거란 기대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인프라 구축이 빨라지면서 HBM 수요도 확대되는 분위기"라며 "양사 총수들이 직접 현장과 고객을 챙기는 모습을 통해 차세대 메모리 시장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