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4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항소심 첫 공판을 끝내고 나오고 있다. /사진=김미현 기자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가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했다. 검찰은 1심 무죄 판결이 부당하다며 김 창업자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1부는 24일 오후 3시30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창업자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강호중 카카오 재무전략팀장 등 주요 관계자 10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 창업자 등은 2023년 2월 SM엔터 인수전 당시 경쟁사였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사흘간(2월 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약 1100억원의 자금을 투입, 300회 이상 고가 매수 및 물량 소진 등 수법으로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카카오의 SM엔터 주식 취득이 시세 조종성 주문이라고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김 창업자를 비롯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다만 함께 기소됐던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에게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김 창업자는 선고 전 법원에 출석하며 '시세조종 의도가 없었는지', '평화적으로 가져오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이날 검찰은 카카오가 2021년부터 실무팀인 '프로젝트 S팀'을 구성해 SM엔터 지분 40%를 인수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짜왔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팀은 SM엔터 인수 건과 관련해 직접 지시를 받아 투자 심의위원회에 보고할 안건을 직접 작성하고 통과 안건을 실행하는 등 카카오그룹 경영진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움직였다.


당시 이들이 고려한 방안은 두 가지였다.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대응하는 '대항공개매수'를 진행하거나 청약 마감일 직전 카카오의 SM 인수 메시지를 공개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는 전략이었다. 검찰은 "카카오그룹은 SM 인수가 절실하다 할 정도로 욕심을 표현해왔으며 이에 따라 이 사건 범행에까지 이르게 됐다는 증거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김 창업자의 지시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2023년 2월15일 열린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 직후의 녹취록을 법정에서 재생했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김 창업자는 "평화적으로 이제 가져와라. 평화적으로"라고 발언했다.

검찰은 "피고인 김범수의 이 같은 지시로 인해 피고인들은 겉으로는 하이브와 싸우지 않는 척하면서 뒤로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고 SM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후 카카오 투자전략실은 법무법인과의 자문을 거쳐 SM 주가를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유지하는 방안을 구체화했다. 하이브 공개매수 실패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이들은 그해 2월24일 이후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의 핵심 관계자들이 모인 'SSS팀'을 구성해 주가부양을 위한 입장문을 작성하는 등 본격적인 실행에 옮겼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저지 분수령이었던 2월28일에는 오전에는 카카오 본사 자금을, 오후에는 카카오엔터 자금을 집중 소진해 대량매집하고 오후에는 허수주문까지 넣는 등 철저한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카카오가 하이브와 SM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시세조종 목적으로 주식을 장내 매집했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하이브와의 경쟁을 위해 주식을 매집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재판부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 총 4명을 증인으로 추가 채택했다. 증인 신문에 대한 세부적인 일정과 여부는 다음 기일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다음 공판은 오는 7월20일 오후 열리며 8월26일, 9월24일 등 한 달 단위로 변론기일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10월21일경에는 선고 통보가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