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전원회의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난 가운데 제10차 전원회의에선 1차 수정안을 토대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이날 열린 제9차 전원회의 현장. /사진=뉴스1
노동계와 경영계가 서로 간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회의가 마무리되며 올해도 법정 시한을 넘겨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됐다. 당초 이날 1차 수정안이 나올 것이란 전망과 달리 노사는 최초 요구안을 중심으로 공방을 이어가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다음 회의에서 1차 수정안을 제출하기로 했지만 남은 일정 안에 합의안이 도출되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노사 양측이 제출한 1차 수정안을 토대로 진행될거란 예상과 달리 최초 요구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앞서 지난 23일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 1만320원보다 16.3% 오른 1만2000원을 제시했다. 반면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1만320원을 요구했다. 양측의 요구안 격차는 1680원이었다.


노동계는 회의 시작부터 경영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사용자위원의 최초 제시안인 동결·삭감 요구는 1992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동결 20회, 삭감 3회로 총 23회에 달한다"며 "위원들의 진정성 있는 의지와 태도를 읽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류 사무총장은 2025년 기준 비혼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가 275만원으로 최저임금 209만원과 약 65만원 차이가 난다고 강조하며 인상을 주장했다. 올해 역시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태생계비는 282만원으로 최저임금 월 환산액(215만원)과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노동계가 요구하는 1만2000원은 사치나 저축을 위한 돈이 아니다"라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생존 비용"이라고 호소했다.


경영계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근거로 동결을 주장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한 중소기업 비중이 56.8%에 달한다"며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도 1095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라고 했다. 이어 "여러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지만 높은 최저임금 부담이 더해질 경우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소상공인 99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최저임금 관련 애로 실태 및 의견조사' 결과로 류 전무 주장에 힘을 실었다. 조사 내용에 따르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62.6%가 2027년도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올해 최저임금으로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응답은 77.6%였다.

최임위는 회의 후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 회의에서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권순원 위원장은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원활한 의견 조율을 위해 노사 양측에 다음 전원회의까지 진전된 수정안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임위는 오는 30일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다음 회의는 노사가 제시한 1차 수정안을 토대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임위 결정에 따라 올해도 법정 심의시한을 넘겨 최저임금을 조율하게 됐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시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일로부터 90일 후인 오는 29일이다.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최임위는 늦어도 7월 중순까지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노동부 장관이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17년 만에 노사 합의로 2026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지만 올해는 양측의 입장 차가 큰 만큼 표결로 결론날 가능성도 나온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노동계와 경영계가 해당 구간 안에서 최저임금을 논의하게 된다. 이후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마련해 표결에 부쳐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