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25일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파업권을 확보하면 본격적인 파업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현대차·기아 양재 사옥.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면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노조가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달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요구안을 내건 가운데 노사가 핵심 쟁점에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5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현대차 노사의 노동쟁의 조정회의를 열고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전날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와 함께 노동조합법상 합법적인 파업 요건을 모두 충족하게 됐다.

노동조합법은 노조가 합법적으로 쟁의행위를 하기 위해 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와 조합원 찬반투표를 모두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4일 실시한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대비 92.03%의 찬성을 얻어 파업을 가결했다. 전체 조합원 3만9688명 가운데 3만7348명이 투표에 참여해 94.15%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3만437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재적 조합원 대비 찬성률은 86.65%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함께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은 10조3648억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성과급 규모만 약 3조1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상여금 800% 인상과 정년연장, 주 4.5일 근무제 도입, 신규 인력 충원,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이번 조정 중지 결정으로 노조는 법적으로 파업과 부분파업, 잔업 및 특근 거부 등 다양한 형태의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됐다. 노조는 조만간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투쟁 일정과 수위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파업권 확보가 곧바로 전면파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노조는 파업권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사측과 추가 교섭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에도 쟁의권을 확보한 뒤 부분파업과 집중교섭을 병행했고, 이후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임단협을 타결했다.

변수는 노사 간 입장 차가 얼마나 빠르게 좁혀질 수 있느냐다. 올해는 성과급 규모뿐 아니라 정년연장과 주 4.5일 근무제, AI 도입에 따른 고용안정 등 구조적인 의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 예년보다 교섭 난도가 높다는 평가다.


특히 노조가 요구하는 '순이익의 30% 성과급'은 사측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약 3조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만큼 재무적 부담뿐 아니라 다른 사업장과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노사 간 협상이 장기화돼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생산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에도 부분파업을 실시하면서 약 4000억원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에는 2018년 이후 7년 만에 파업이 재개되면서 울산공장 등을 중심으로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피해 규모가 지난해보다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생산의 상당 부분을 울산과 아산, 전주공장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은 물론 부품 협력업체와 물류업계 등 공급망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갖는다. 현대차가 국내 완성차 생산을 이끄는 핵심 기업인 만큼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 일정과 협력사 가동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수백개 협력업체가 현대차 생산 일정에 맞춰 부품을 공급하는 구조인 만큼 완성차 공장 가동이 멈추면 협력사들도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권 확보는 노조가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 중 하나"라며 "다만 실제 파업이 장기화하면 회사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도 부담이 커지는 만큼 노사 모두 추가 교섭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