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사진은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전남이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용수, 대규모 부지 등을 갖춘 최적지라며 국가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엄호한 반면 국민의힘은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는 전력·용수·인재 등 산업 여건을 종합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정부의 '기업 팔 비틀기' 의혹을 제기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의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리고 국가 미래 성장동력과 글로벌 대기업들의 명운이 달린 국가대계"라며 "국민의힘은 프로젝트 발표 전부터 철 지난 지역주의를 들먹이며 딴지를 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직무대행은 "관치행정, 기업 팔 비틀기라는 자극적인 발언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최첨단 미래산업 입지는 국제적 추세와 기업 이익을 고려해 최적지로 선택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은 RE100(재생에너지 100%)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물건을 만들어 팔 수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라며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풍부한 용수, 대규모 부지, 정주 여건 등을 종합해 최적지를 선택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 본능"이라고 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손흥민, 이강인 같은 국가대표 기업이고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산업"이라며 "지역 이기주의와 개인적 정치 이해득실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뒤처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프로젝트는 반도체 산업 번영과 성장, 5극3특 비전이 맞물린 중차대한 과제"라며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황명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광주·전남은 윤석열 정부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첨단산업 특화단지 공모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지역"이라며 "풍부한 수자원과 전국 최고 수준의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갖춰 RE100 요건을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 반도체의 경쟁 상대는 국내 다른 지역이 아니라 미국·중국·대만·일본"이라며 "기존 용인·평택 클러스터만으로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RE100과 탄소중립은 이제 기업의 생존 조건"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반면 야권은 정부가 기업 투자 결정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며 맞섰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주전남에 반도체 공장이 가는 것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며 "모든 지역이 유치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기업의 자율적 판단 아래 입지가 결정된 게 맞는지 묻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쟁하는 대기업이 동시에 같은 입지에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관치에 따른 억지 결정임을 가리킨다"며 "이 대통령은 국가 백년대계인 반도체 산업의 입지를 놓고 마치 선거 운동하듯이 소셜미디어(SNS)에 멘트를 쏟아내고 있다"며 "SNS를 자제하고 국정 운영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은 "광주·전남이 수천조 반도체 투자의 최적지라는 것은 누구 판단이냐"며 "왜 이것을 정부가 결정했는지를 두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측히 호남 지역의 용수 문제를 거론하며 "광주·전남에 물이 충분하다는 데 아무 근거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력·용수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김 최고위원은 "반도체 팹은 단 1초도 전력이 끊기면 안 된다"며 "태양광과 풍력은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되는 간헐성을 갖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만으로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영산강·섬진강의 연간 수자원 총량은 114억㎥로 한강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섬진강댐과 주암댐은 이미 수자원 계약률이 100% 수준"이라며 "정부가 스스로 수립한 영산강·섬진강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도 장래 용수 부족이 심각하게 예상된다고 돼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 곳에 반도체 팹을 짓겠다는 것"이라며 "전공정 4기만 가동해도 하루 80만~120만톤의 용수가 필요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한 곳의 연간 용수 수요가 3억9000만㎥인데 호남 전체 연간 공업용수 공급량은 3억1000만㎥ 수준"이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처방은 처음부터 호남이었고 병명만 전력, 균형발전, 내란 종식, 기업의 선택으로 계속 바뀌었다"며 "수백조원짜리 국가산업을 답정너식 처방 위에 올려도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기업의 팔을 비트는 사람들도 면허가 정지돼야 마땅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