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호남에 제2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첨단 산업 생태계를 호남으로 확장해 새로운 국가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학계와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선제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건은 전력 공급이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가동을 전제로 운영되는 초정밀 공정인 만큼, 안정적인 전력망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순간적인 전압 변동에도 공정 중단과 수율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니스가 짓겠다고 한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를 가동하려면 대형 원전 4.5기 설비용량에 맞먹는 수준인 6.3GW의 전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호남권의 재생에너지와 기존 원전 등을 활용하고, 반도체 생산단지와 전력 생산시설을 잇는 접속선로·송전망을 신속히 보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원 구성과 송전망 보강 수준 등 세부 실행계획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태양광·풍력은 발전량 변동성이 크고 서남권 핵심 전원인 한빛원전도 1호기 가동 중단과 2호기 설계수명 만료를 앞두고 있어 전력 공급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주요 반도체 생산 거점의 전력 인프라 구축 방식에서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인텔의 오하이오주 뉴앨버니 프로젝트도 참고할 만하다. 정부가 직접 전력망 구축을 전담하는 대신 보조금·인센티브·제도 지원 등을 통해 측면 지원한 사례다. 인텔은 뉴앨버니 인근 농촌지역에 신규 팹 조성을 추진했는데 미국 연방정부는 칩스법을 통해 최대 15억달러(약 2조 3300억원)를 지원했다. 오하이오주 정부도 6억달러(약 9300억원) 규모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반도체 공장 주변 도로·상하수도·폐수 재이용 시설 등 기반시설 정비에 집중했다. 이에 인텔은 비용 부담을 덜고 팹 건설과 전력 공급 계획 수립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일본 라피더스의 홋카이도 치토세 프로젝트도 비슷한 흐름이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의 차세대 반도체 국산화 전략에 따라 치토세시에 2나노급 첨단 반도체 생산거점을 조성하고 있다. 기존 공업단지의 전력 인프라만으로는 반도체 팹의 대규모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에 현지 전력망 회사는 공장 인근에 새 변전소를 짓고 기존 대형 변전소와 연결하는 지중 송전선로 구축에 착수했다. 동시에 일본 정부도 라피더스에 대규모 보조금을 제공하고 지방정부도 공장 가동 일정에 맞춰 도로·상수도·하수처리시설 정비를 추진했다.
조상민 한국공학대 교수는 "호남권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남아도 송전망 제약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던 만큼, 대규모 전력 수요 유입은 계통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반도체 팹은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한 만큼 재생에너지와 원전, 저장장치, 백업 전원을 연계한 패키지형 전력 공급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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