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금통위원 7명 모두 인상 결정에 찬성했다.
두 달 전만 해도 한은은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불확실성을 이유로 한발 물러서 있었다. 지난 5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한은은 중동전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성장세도 예상보다 확대됐지만 "중동사태 전개 및 파급영향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태의 추이와 성장·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향후 정책 방향도 당시에는 "물가상승 압력의 확대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표현했다. 금리 인상을 언제 시작할지를 두고 여건을 살피는 단계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날 통방문에서는 인상 여부가 아닌 추가 인상의 속도와 시기가 정책 변수로 등장했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못 박은 뒤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물가상승 압력의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차례 인상을 넘어 후속 인상 가능성까지 공식적으로 열어두면서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인상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인상 경로를 관리하는 단계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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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물가·가계빚 모두 '인상 신호'…5대2 동결서 7대0 인상으로━
한은의 판단을 바꾼 첫 번째 요인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다. 지난 5월 한은은 반도체 경기 호조와 추가경정예산 등의 영향으로 국내 경제가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봤다. 다만 중동사태와 통상환경 변화 등에 따른 "높은 상·하방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고 평가했다.이달에는 성장 판단이 더 낙관적으로 변했다. 한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소비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성장세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성장률도 지난 5월 전망치인 2.6%를 "큰 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하방 위험이 줄면서 금리를 낮게 유지해 경기를 떠받쳐야 할 필요성도 그만큼 약해진 셈이다.
물가 상승 압력도 현실로 옮겨왔다. 5월 통방문 당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 근원물가 상승률은 2.2%였다. 한은은 국제유가 상승과 소득 증가에 따른 수요 압력으로 물가 오름세가 "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까지 치솟았고 근원물가 상승률도 2.5%로 높아졌다. 한은은 국제유가가 하락했지만 그동안 높아진 비용과 환율의 영향이 지속되고 소득 개선에 따른 수요 측 압력도 확대되면서 물가가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표현도 달라졌다. 5월에는 수도권 주택가격의 오름세와 추가 상승 기대가 높아졌지만 가계대출은 "제한적인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주택 관련 대출 증가 폭이 다소 확대됐다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달에는 가계대출이 주택 관련 대출과 기타대출 모두 늘면서 "큰 폭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수도권 주택가격도 "오름세는 확대되었다"고 평가했다. 정책문 마지막 문단에는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 및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에 계속 유의해야 한다는 표현이 새롭게 담겼다.
금통위 내부의 분위기 변화도 뚜렷하다. 지난 5월에는 금통위원 5명이 연 2.50% 동결에 찬성했고 장용성·유상대 위원은 2.75%로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두 달 뒤에는 금통위원 7명이 모두 금리 인상에 찬성하면서 일부 위원의 매파적 견해가 금통위 전체의 공통된 판단으로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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