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아파트가 최근 29억원에 매각됐다. 사진은 21일 이 대통령이 거주하던 아파트 전경. /사진=최혜승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부인 김혜경 여사와 공동 보유해온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아파트를 최근 29억원에 매도했다. 이 대통령 부부가 오는 10월 잔금을 받는 조건으로 17억원대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은행 아닌 집 파는 사람한테 돈을 빌릴 수도 있는 건가", "재건축 앞두고 비싼 값에 팔려는 꼼수 아니냐"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21일 '동행미디어 시대'는 양지마을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논란의 진위를 살펴봤다.
근저당권까지 설정하며 급하게 소유권 넘긴 이유는?
청와대는 소유권을 먼저 이전한 뒤 잔금을 나중에 지급받기로 한 이유에 대해 "매수인 사정"이라고만 밝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런 거래가 양지마을의 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양지마을 통합 재건축 주민대표단은 지난달 30일 성남시에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르면 이달 말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조합원 지위'다. 현행법상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자 지정 이후 매매 계약이 이뤄지면 매도인이 '10년 이상 보유, 5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 한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보면 김혜경 여사는 2018년 11월 이 대통령에게 지분 절반을 증여받아 보유 기간이 7년8개월에 그친다. 이번 달을 넘겨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 이후 매매가 이뤄졌다면 이 집의 새 소유자에게 조합원 지위를 넘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를 받을 수 없는 부동산이면 사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재건축 기대감에 대한 가격 프리미엄도 모두 사라진다"고 했다. 이른바 '물딱지' 매물이 되는 것이다. 송 대표는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 이후 매수자는 입주권이 없어 손실만 보상받는 현금 청산 대상이 되는데,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아무래도 오래된 건물이기 때문에 감정 평가를 높게 받지 못한다"며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 이전에 거래를 마무리 짓는 게 가장 중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규제로 '근저당권 설정' 방식 널리 활용?
2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아파트 인근에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축하는 건설사들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양지마을은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돼 사업시행자 지정을 앞두고 있다. /사진=최혜승 기자
양지마을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예외 없이 "요새는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조건으로 소유권 이전부터 해주는 방식의 거래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 이전에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특약사항에 '매수자는 근저당권을 설정한다'는 내용을 넣어놓는다는 것이다. 만약 집을 산 사람이 약속한 날짜에 잔금을 치르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1순위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근저당권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근저당권 설정 후 소유권 이전' 방식이 널리 활용되는 건 최근 집값은 뛰는데, 은행 대출이 막히면서다. 현재 정부 대출 규제로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는 시가 25억원 초과 주택 구입 시 2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취득일로부터 2년간 실거주 의무도 있어 전세금도 매수인이 감당해야 한다. 이 대통령 아파트의 경우 27억원을 현금으로 보유한 사람만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 설정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평가다. 은행권은 실제 대출액보다 높은 금액을 근저당권으로 설정하지만, 이 대통령 사례처럼 개인 간 대출의 경우에는 매도인이 받아야 할 잔금 액수인 4억~5억원 정도만 근저당권 설정을 해놓는다고 한다.

공인중개사 A씨는 "전세금을 빼고 나면 이 대통령 부부는 받은 돈이 거의 없는데도 소유권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며 "대다수 사람은 이렇게 무리한 거래를 하지 않는다. 확실히 잔금을 받을 자신이 있으니 소유권을 먼저 넘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부부의 집은 특정 부동산 중개업소에만 매물로 나왔는데, 이 중개업소의 가족이 더불어민주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세보다 싸게 팔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와대는 지난 20일 "이 대통령이 최근 자택 매매를 완료했으며 시세보다 낮은 29억원에 매매가 이뤄졌다"며 "1주택자로서 매각 의무는 없으나 부동산 정상화 정책의 실현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근 부동산에서는 대부분 "받을 만큼 받았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B씨는 "보통 실제 팔려는 금액보다 높여서 부르니까 호가는 31억원에 나와 있어도, 이 가격에 실제 거래가 이뤄진 적은 없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이 대통령 집과 같은 평수(164㎡) 아파트는 30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지난달에는 이보다 더 큰 평수(198㎡)가 29억원에 거래된 사례도 있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이 대통령의 집 매매 방식이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 전문인 김예림 변호사는 "대출을 막아서 비싼 값에 집을 살 사람이 없다면 가격을 내리라는 게 현 정부의 정책 방향 아니었느냐"며 "이 대통령의 거래 방식이 법적으로 문제 되지는 않지만, 평소 정책 방향과 맞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자,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부동산"이라며 "불법과 편법이 동원되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고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주범이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