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 창고에 수출을 앞둔 열연 제품들이 쌓여있다. /사진=뉴스1
포스코 노사가 6차례 본교섭에도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들어간다. 노조는 즉각적인 파업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지만 조합원 투표로 쟁의행위를 가결한 만큼 창사 이래 58년째 이어온 무분규 전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포스코노동조합은 23일 2026년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하고 쟁의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포스코 노사는 지난 6월1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같은 달 16일 1차 본교섭에 들어가 이달 23일까지 여섯 차례 본교섭을 이어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철강산업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면 조기 타결이 필요하다고 보고 집중교섭을 지속 제안했지만 회사가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올해 임금 협상에서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지급, 5년 치 자연상승분 적용, 명절상여금 2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2026년 목표 영업이익 달성 시 기본급 1.2% 인상과 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하고, 상주몰입장려금을 15만원으로 올리는 안을 제시했다. 노조가 '최선의 제시안'을 요구한 지난 14일 회사가 내놓은 핵심 보상안은 설·추석 주유상품권 각 10만원 추가 지급에 그쳐 노조의 반발을 샀다.

노조는 "단체교섭의 핵심은 노동의 정당한 가치에 걸맞은 임금·보상과 주요 현장 제도의 개선"이라며 "회사는 철강산업의 위기와 투자 부담을 앞세워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 요구에는 어렵다는 답변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철강 위기의 부담을 노동자에게 요구하기에 앞서 그룹 내부의 배당과 자금 운용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철강 본원경쟁력을 지탱하는 현장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 간 충분한 협의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직고용 방침을 발표한 이후 불거진 보건·복지 인프라 문제도 장기간 풀리지 않고 있다. 노조는 "회사의 일방적인 직고용 결정으로 발생한 보건·복지 인프라의 부담과 피해를 기존 노동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되며 회사가 별도의 재원과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8~9일 진행된 전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는 92.2%가 찬성표를 던졌다.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의 찬성률에도 회사가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 58년간 이어온 무분규 전통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노조는 당장의 파업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김성호 포스코노조 위원장은 "파업은 목적이 아니라 현장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며 현재 당장 파업을 전제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회사가 현장의 큰 분노를 끝까지 외면한다면 조합원들의 결의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회사는 중국발 저가 공세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유례없는 고유가·고환율·고금리 삼중고 등 현재 경영 여건을 고려할 때 노조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용 안정과 노사 간 지속가능한 미래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합리적인 재원 범위 내에서 장기적 관점의 실질적 방안 마련에 힘썼다는 설명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철강산업이 직면한 경영환경을 인식할 수 있도록 노조 측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합리적이고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노사 간 분쟁으로 인해 자동차, 조선, 가전 등 국내외 주요 산업에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