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코스피지수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보완책을 내놧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사진은 23일 코스피 종가가 안내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스1
9000포인트를 찍고 1만포인트 달성까지 바라보던 코스피지수가 가파르게 뒷걸음질 치고 등락을 거듭하는 변동성을 보이자 시장에서는 증시 자금을 빨아들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급하게 보완책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시장 혼란은 여전하다.
변동성 확대에 보완책 꺼내든 금융당국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에 상장된 10종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은 이날 7조1635억원으로 나타나 같은날 코스피 전체 거래금액(26조6646억원)의 26.9%를 차지했다.
현재 코스피에 상장된 두 종목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각 5개씩이다. 삼성전자는 ▲AC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PLUS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RIS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가 있다. SK하이닉스는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RIS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SOL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가 이름을 올렸다.

5월27일 상장 이후 하루 10조원을 오르내리던 거래대금과 비교해 금액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투자자가 주목하는 상품이다. 합산 시가총액도 상장 당시 약 4조5000억원에서 이날 기준 10조5466억원으로 두 달여 만에 134.4%(6조466억원) 급증한 것도 이를 반증한다.


투자자의 관심이 두 회사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쏠리자 불똥은 코스피로 튀었다.

올 들어 사상 첫 종가 기준 5000을 찍은 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9000까지 돌파한 코스피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심화됐는데 이 같은 요인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지목돼서다. 주가가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파는 숏감마(short gamma) 구조를 갖고 있는 레버리지 ETF가 본주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고 전체 코스피지수도 요동쳤다고 본다.


계속된 증시 불안을 야기하자 금융당국도 지난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 방안'을 내놨다. 금융당국은 보완책에 ▲기본 예탁금 1000만→3000만원 상향 ▲예탁금 산정 시 주식·채권 등 대용증권 제외 및 현금만 인정 ▲ETF 매매단위 1주→20주 상향 ▲운용사·증권사 괴리율 책임 강화 등을 담았다.

시장 안정화 전까지는 인버스 및 커버드콜 상품을 포함해 단일종목 상품과 관련된 신규 상장도 자정 중단하고 이미 상장·거래 중인 상품은 증권사·운용사 등의 광고 및 이벤트성 마케팅도 즉시 금지토록 했다.

다만 증권사와 한국거래소의 전산 작업 등을 이유로 일부 방안은 즉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예탁금 상향은 8월5일, 대용증권 미인정은 같은달 19일, 주식 매매단위 상향은 11월 시행이 예정됐다.
꼬리가 몸통 흔드는 '왝더독' 해소는 언제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코스피지수 변동성을 확산 시켰다는 비판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보완대책을 마련했다. 사진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사진=뉴스1
이처럼 금융당국이 긴급 보완책을 내놨음에도 당장 시장 혼란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제도 시행과 수급 조정 사이의 '시차' 때문이다. 예탁금 상향(8월)과 매매단위 변경(11월) 등 당국의 핵심 규제가 전산 반영 문제로 시차를 두고 단계적 시행되는 데다 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변동성 잠식에 따른 AUM(운용자산) 자연 감소까지 약 50영업일(두 달)의 시간이 필요해서다. 결국 제도적·수급적 시차가 맞물리며 당분간 '왝더독' 현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ETF의 아버지라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별종목 레버리지 인버스 2배 상품 성과분석'이라는 글을 썼다. 배 대표는 "지금이라도 투자를 멈춰라. 누구도 변동성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고 써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시간이 흘러 원주가 제자리에 와도 ETF 가격은 제자리에 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원주의 변동성이 지금처럼 크면 매일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연일 수백 포인트 급등락을 거듭하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된 가운데 반도체 기업 주가 하락이 급격히 일어난 것이 시장 우려를 키웠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및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일별 거래대금 추이는 지속해서 상승하는 반면 두 종목과 두 종목을 추종하는 단일 레버리지 ETF를 제외한 국내주식형 ETF는 지속해서 거래 대금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가 내놓은 조치는 투자에 일부 장애요인이 될 수 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짚었다.

레버리지 상품 특성을 고려할 때 자연 감소 흐름까지는 두달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설태현 DB증권 애널리스트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하루 거래대금 평균인 삼성전자 10조3000억원, SK하이닉스 14조3000억원, 동시호가 거래대금 비중 9%, 하루 변동성을 4% 등을 적용했을 때 적정 ETF 합산 AUM(운용자산)은 5조5000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된 변동성 장세에서 레버리지 상품 특성 상 변동성 잠식으로 단일종목 ETF가 적정 AUM 상한선까지 도달하기 위한 자연 감소 궤적은 약 50영업일 내외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설 애널리스트는 "진입요건·운용규제 강화를 담은 금융당국의 보완 대책을 통해 추가 자금 유입이 제한되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른바 '왝더독' 현상은 시차를 두고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