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 개소식이 진행됐다. 사진은 한화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국과 미국이 인공지능(AI) 기반 선박 설계와 자율운항 등 미래 조선기술 개발을 위해 5년간 총 1200억원 규모의 공동 연구개발(R&D)에 나선다. 미국의 AI·로봇 기술과 한국의 세계 최고 수준 조선 생산기술을 결합해 미국 조선산업 재건과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동시에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부는 2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 개소식에서 5년간 총 1200억원(약 8000만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 분야 공동 연구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 7개 기업·기관과 미국 9개 기업·기관은 공동 연구협약을 체결하고 미래 조선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 5월8일 양국이 체결한 한·미 조선협력 파트너십 이니셔티브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로, 합의 두 달여 만에 구체적 연구과제로 이어졌다.


협약에 참여하는 16개 기업·기관은 선박 설계부터 제조, 운항까지 전 공정에 걸친 8개 과제를 나눠 맡는다. 서울대와 미시간대는 유체·구조 성능과 생산성을 AI로 동시에 고려하는 통합 선박설계 최적화 기술을 개발한다.

쓰리디팩토리는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SDSU)와 AI·설계기반적층제조(DfAM) 기반 금속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5m급 선박 핵심 기자재를 제작하고 선급 인증까지 확보하는 과제를 맡았다.

용접·도장 등 생산 공정 자동화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HJ중공업은 SDSU와 함께 알루미늄 함정 판넬 자율제조를 위한 마찰교반용접(FSW)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한다.


수산세보틱스는 한화필리조선소와 손잡고 30m급 고소작업용 지상 주행형 모바일 플랫폼 기반 대형블록 외판 페더링·도장 자동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무벡스는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와 초대형 블록 운반용 지능형 자율주행 트랜스포터 핵심기술을 공동 개발해 미국 현지에서 실증까지 진행한다.

무인·자율 기술 관련 과제도 다수 포함됐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방산기업 앤듀릴(Anduril)과 손잡고 물리적 AI 기반 소프트웨어 정의 선박(SDV)의 자율 항해·기관 자동화 제어 플랫폼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해상 실증까지 마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밀러(Miller)와 AI 기반 모듈러 공정 기술을 적용해 24시간 무인 운용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배관 스풀 제조 시스템을 개발하고 해외 인증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UT댈러스, SDSU, 칼폴리 등과 함께 AI 에이전트 튜터 기반의 중앙관제형 선박건조 작업자 가상현실(VR) 교육훈련 시스템도 개발한다.

이번 협력은 한국의 선박 생산 역량과 미국의 AI·로봇 원천기술을 결합한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미국은 조선업 재건을 위해 자동화·무인화 기술 확보가 시급한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상호보완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8개 과제 대부분이 한국 조선사·기자재기업의 생산기술과 미국 대학·연구기관의 AI·로봇 기술을 짝짓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날 개소식에서는 공동연구 외에도 개별 기업 간 협력이 다수 확정됐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새로닉 테크놀로지스와 무인수상정(USV) 공동개발을,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 설계 전문기업 깁스앤콕스(Gibbs & Cox)와 글로벌 고속수송함(GFS) 공동 설계를 각각 추진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ABSG컨설팅과 차세대 자율운항선박 운용 플랫폼 개발 및 시험·검증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공동 연구는 미국의 AI·로봇 기술과 한국의 생산기술을 결합해 미국 조선산업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조선업계의 현지 진출 기반을 넓히는 첫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업계는 공동 연구 성과가 상용화될 경우 향후 한·미 조선 협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