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미 간에는 대미 투자와 관세, 원자력 추진 잠수함 협력,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안보·경제 현안과 쿠팡 같은 갈등 요인이 여럿이다. 그동안 대사 대리 체제의 한계 속에서 양국 관계는 답답한 흐름을 이어왔으나, 이제 한·미 간 상시 대면 소통 채널이 강화되면서 교착된 현안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스틸 대사가 부임 전부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국 정부와의 협력 의지를 피력해 온 점은 다행스럽다. 그는 인천공항에 도착해 발표한 성명에서도 "한·미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라며 "어느 때보다 더욱 강하고 더 안전하며, 더 번영하는 동맹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한·미 양국은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개최하고도 안보와 통상 분야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미국은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 비관세 장벽 철폐에 한국이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신임 대사의 중재 역할이 절실하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우라늄 농축의 길을 터주면서, 70년 혈맹인 한국의 독자적 원자력 연료 주권 요구에는 침묵하는 워싱턴의 문제를 지적하고 풀어내는 역할을 그에게 기대한다.
스틸 대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쿠팡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뿐 아니라 백악관조차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 쿠팡을 차별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신임 대사가 한국 정부의 조치는 자국민의 정보 주권과 공정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일 뿐, 결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 조야에 충실히 전달해줬으면 한다.
스틸 대사의 강경 우파적 성향을 들어 한국 정부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일각의 시선도 존재한다. 진보 진영 일부 인사들은 스틸 대사 지명이 탐탁지 않다는 기색을 노골적으로 내비쳐 왔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만큼, 스틸 대사가 보혁 갈등의 불씨를 제공하거나 한·미 간 마찰을 증폭시키는 언행은 자제할 것으로 믿는다. 현재 한·미 관계는 중대한 시험대 위에 서 있다. 스틸 대사 부임 후 한·미 간 소통이 진전되면서 양국 관계가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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