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9.68포인트(1.23%) 내린 5593.56에 장을 마쳤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6월18일 종가(9063.84)와 비교하면 불과 한 달여 만에 38.3% 급락한 수치다.
코스닥 역시 전 거래일 대비 17.90포인트(2.70%) 하락한 644.78로 밀려났다. 고점(1203.84) 대비 반토막에 가까운 46.4%나 폭락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
반도체 고점 우려·투심 위축에 무너진 시장 ━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를 뒤흔든 변동성의 근본 원인으로 단연 '반도체 쏠림'을 꼽았다. 시장 자금이 대형 반도체주로 지나치게 집중된 상태에서 업황 피크아웃(고점 경과) 우려가 불을 지피자 투자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는 진단이다.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고점 우려와 투자 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 등 수급이 꼬이며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시장 참여자들의 피로감과 위험 회피 심리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코스닥 시장 급락세 역시 반도체 쏠림 현상이 지목됐다. 스몰캡 전문 독립리서치 그로쓰리서치 한용희 대표는 "현재 코스닥 시장 부진은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이 집중된 영향이 크다"며 "투자자들의 관심과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이 큰 반도체 기업들에 집중됐고 그 과정에서 기존 코스닥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며 수급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키우는 촉매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본부장은 "레버리지 ETF는 상품 구조상 일일 목표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한 리밸런싱이 발생한다"며 "현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레버리지 ETF 일일 매매에 따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반도체 집중도가 높아진 가운데 레버리지ETF가 추가적인 수급 쏠림을 만든 영향"이라며 "AI 사이클 수익성과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과 높아진 미국 금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높은 집중도 하에서 외국인의 반도체 중심의 매도와 레버리지ETF 기계적 매도가 하락을 증폭했다"고 밝혔다.
━
주가 회복 재료는 '실적'…증시 부양책 효과도 기대━
전문가들이 제시한 재등판의 키워드는 단연 '실적'이다.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각 기업의 실질적인 이익 창출력과 확실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인한 뒤 움직여야 한다는 조언이다.특히 증시 주도주인 반도체 업종은 당장의 주가 흔들림보다 AI(인공지능) 사이클의 장기적 유효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용수 본부장은 "올해도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글로벌 AI 빅테크 실적이 국내 반도체 TOP2 기업 주가와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과 미국 기술 기업들이 총 9500억달러 규모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증시 부양책과 상법 개정안 효과도 기대된다. 한용희 대표는 "정부 제도 개선은 시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정책이라기보다 하방 위험을 줄이고 시장의 질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본부장은 "배당분리과세 논의와 상법 개정 모멘텀이 하반기에도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공포에 질린 시장, 리스크 줄이는 대응 법은━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는 "레버리지와 신용부터 정리해서 반대매매 위험을 없애고 기계적 손절 대신 시간을 나눠 분할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권장된다"며 "주식 비중을 급하게 늘리기보다는 분할로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황승택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수급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는 있지만 현재 구간에서는 고점 대비 낙폭과 이익 전망을 고려할 때 점진적인 매수 접근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외에도 실적 모멘텀이 살아있는 방산, 전력기기 등 차기 주도주로 눈을 돌릴 때라는 제언도 이어졌다. 금정섭 본부장은 "최근 K방산이 단기간 상당폭 하락했지만 유럽 재무장과 중동 무기 교체 수요 등 수주 파이프라인 자체는 훼손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히려 주가가 눌려 있는 지금이 장기 관점에서 분할 진입을 고려할 수 있는 시점일 수 있다"고 했다.
염승환 이사는 "금리 상승 구간인 만큼 채권보다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주식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며 "투자 유망 분야는 반도체와 함께 전력기기, ESS(에너지저장장치), 산업재, 소비재, 금융, 로봇 테마 등이 있다"고 짚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