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9시쯤 여의도 한강공원 수영장은 불야성을 이뤘다. 폐장을 1시간 앞뒀지만 수백 명이 DJ 부스 앞 중앙수영장을 가득 메웠다. 대부분 20, 30대 남녀였다. 국민 수영복인 래시가드를 입은 이들은 드물었다. 수영복 차림으로 몸매를 한껏 과시했다. 상반신에 큼직한 문신을 한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물속에선 수영 대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앞사람 어깨에 손을 올려 기차놀이를 하거나 강강술래를 하는 무리도 있었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수영장이 젊은층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입장료는 단 5000원. 물놀이는 기본이고 야간엔 DJ 공연까지 즐길 수 있다. 음악에 맞춰 물을 뿌리는 소셜미디어 영상에는 하나 같이 이런 해시태그가 날린다. '가성비 워터밤'. 워터밤은 물총을 쏘며 가수 공연을 관람하는 대표적인 성인 여름 페스티벌이다. 보통 워터밤 행사의 입장료는 16만원 안팎. 워터밤에 한 번 갈 돈이면 한강공원 수영장에선 한 달 내내 즐길 수 있다.
DJ 공연은 공식적으로 금·토·일 사흘간 열리지만, 평일 저녁인 이날에도 심장을 때리는 리드미컬한 음악 소리가 수영장을 흔들었다. 가수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 후렴구가 흘러나오자 떼창과 함께 물세례가 시작됐다. 후렴 구간에서 서로를 향해 물을 뿌리거나 팔로 첨벙거리며 물을 튀기는 것이 이곳의 암묵적 규칙이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와 수영장을 찾은 임모씨(51)는 "아이들도 어른들 무리에 끼어 함께 어울릴 수 있으니 즐겁다. 에너지 넘쳐 보여 보기 좋다"고 했다. 반면 중앙수영장 옆 유아용 수영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6세 딸과 온 여성은 "처음엔 중앙수영장에서 섞여서 놀았는데, 물을 너무 뿌리고 아이 위로 공을 주고받아 아무래도 위험하겠다 싶어 이쪽으로 옮겨 왔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근처에 앉아있던 맞은 편 외국인 남성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여성이 웃자 이 남성은 손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한 탁자에선 라면을 먹던 남녀 5명이 서로 어색한 존댓말로 대화를 이어갔다. 이곳 안전요원은 "전에 양화 한강공원 수영장에서 일했는데, 여의도 수영장은 그곳과는 분위가 확실히 다르다"며 "이곳에선 헌팅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에는 여의도 한강공원 수영장을 두고 '헌팅 성지', '헌팅포차가 된 한강공원', '여자친구가 여의도 한강공원 수영장 간다고 하면 보낼 거냐?'와 같은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개장일인 지난 6월 19일부터 지난 5일까지 접수된 여의도 한강공원 수영장 관련 신고는 ▲성범죄 3건 ▲기타형사범 4건 ▲소음 3건 ▲실종 1건 ▲청소년 비행 1건 등 모두 12건이다. 지난달 11일에는 여의도공원 수영장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한 남성이 경찰에 입건됐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자 여의도 한강공원은 수영장 화장실에 '성범죄 OUT. 불법 촬영,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은 범죄'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쓰레기 분리 수거통이 마련돼 있지만 파라솔 밑에는 이용객이 두고 간 수박과 음료수병 쓰레기가 곳곳에서 목격됐다. 지난 6일 늦은 오후 방문한 뚝섬 한강공원 수영장에선 제대로 치우지 않은 라면 용기 주위로 비둘기 서너 마리가 모여들기도 했다.
중학생 자녀 2명과 뚝섬 수영장을 찾은 안모씨(50)는 "아이들은 즐거워하는데, 물이 뜨겁고 수질이 안 좋은 것 같다"며 "2주 전에도 왔는데 집에 가니 가족 모두 두드러기가 났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일 아침 소독제를 뿌리고 여과기를 돌려 수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월 19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뚝섬·여의도·잠실·광나루·난지·양화 등 한강공원 수영장 6곳을 찾은 이용객은 30만6958명에 이른다. 한강공원 수영장은 이달 30일까지 운영하며, 이용료는 어린이 3000원, 청소년 4000원, 성인 5000원이다. 서울시는 시민이 많이 몰리는 만큼 안전관리와 수질관리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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