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강사 출신의 유튜버 전한길씨가 자신의 출국금지 기간 연장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전씨가 오후 경남 창원 성산구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6·3 지방선거에서 44표 차로 당락이 갈린 통영시장 선거 재검표에 앞서 개표참관인으로 참석하기 전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본명 전유관)가 자신의 출국금지 기간 연장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전씨가 과거 해외 출국 이후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전력이 있는 만큼 다시 출국할 경우 수사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출국금지 연장 처분이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유영화 판사는 지난달 22일 전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출국금지기간 연장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전씨는 서울경찰청에서 명예훼손과 협박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여러 건의 명예훼손 관련 고발 사건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출국금지 처분은 지난해 10월 전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전씨는 당시 이 대통령이 대장동 사업으로 마련한 1조원의 비자금을 싱가포르에 숨겨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거나, 이 대통령과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사이에 혼외자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등이 전씨를 고발했다.


전씨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관련해서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됐다. 그는 이 대표의 과거 선거 공보물을 근거로 이 대표가 미국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과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컴퓨터과학 학위만 있고 경제학 학위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원유가 북한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이른바 '울산 석유 북한 반출설'을 유포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법무부는 경찰청의 요청을 받아 전씨에 대한 출국금지 처분을 한 뒤 이후 한 달 단위로 기간을 연장해왔다. 전씨는 이에 반발해 법원에 출국금지 연장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지난 4월 법원이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점을 들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출국금지 기간을 계속 연장하는 것은 법무부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는 것이다.


처분서에 구체적인 출국금지 사유가 충분히 적시되지 않아 절차적인 하자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전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출국금지 처분의 절차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전씨가 명예훼손 등 혐의와 관련해 수사기관의 소환 요구를 여러 차례 받은 상황이었던 만큼 처분서에 적힌 근거 법령과 처분 사유만으로도 어떤 이유로 출국금지 기간이 연장됐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 "전씨에 대한 출국금지 장기화되고 있다고 보긴 어려워"
법원이 주목한 것은 전씨의 과거 출국 및 수사기관 출석 여부였다. 재판부에 따르면 전씨는 최초 출국금지 처분을 받기 전까지 모두 9차례 해외로 출국해 체류했다. 마지막 출국 당시에는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총 7차례 받았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전씨가 다시 해외로 나갈 경우 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수사 진행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씨가 다시 해외로 출국해 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수사 진행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수사의 진척 상황 내지 구체적·개별적 필요성에 대한 고려 없이 전씨에 대한 출국금지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출국금지로 인한 전씨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출국금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전씨가 입는 불이익이 크거나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개별 사건의 특성상 장기간 수사가 필요한 경우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상당한 기간 동안 출국금지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전씨가 출국금지로 언론인으로서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전씨의 생활 기반이 국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드시 해외에 출국할 필요성이 있거나 출국하지 못함으로써 현실적인 불이익이 발생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전씨에 대한 출국금지 연장이 수사기관의 소환을 회피할 가능성을 막고 수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 무게를 뒀다.

이번 판결에 따라 전씨에 대한 출국금지 연장 처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번 판결은 전씨가 받고 있는 명예훼손 등 혐의의 유무죄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한 처분이 적법했는지를 판단한 행정소송이라는 점에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씨를 둘러싼 명예훼손 등 관련 수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