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 조작이 처음에는 만만치 않을 겁니다. 꼭 안전운전 하세요.”

으레 시승할 때 건네는 홍보 담당자의 위협(?) 정도로만 여겼다. 100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게 안전이지만 뉴 제네시스 쿠페 380 GT를 인도받을 때 현대차 관계자로부터 들었던 주의사항은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일정에 쫓겨 급하게 운전석에 앉고 주행을 하는 순간 그의 말이 괜한 너스레가 아님을 깨닫게 됐다. 빽빽하게 붙어있는 차량 사이를 빠져나가기 위해 몇 번이나 전·후진을 해야만 했다. 단단하기만 한 스티어링 휠 때문이었다. 한번에 돌아 나올 만큼 충분한 공간에서 회전반경이 상상 이상으로 컸다.

주차장을 나와 도로로 진입하니 이번엔 주체할 수 없는 속도 본능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주변 사물이 뒤로 빠르게 사라진다. 한껏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대형 세단도 시야에서 사라지는 사물에 불과하다.


◆스포츠 쿠페의 멋을 뽐내다

지난달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처음 선보인 뉴 제네시스 쿠페는 2008년 이후 3년 만에 등장한 제네시스 쿠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한 눈에도 현대차임을 확인시켜주는 육각형 모양의 헥사고날 그릴이 유독 강조돼 기존 차량과 구별되는 모습이다.



 
가는 곳마다 차량에 대해 질문이 끊이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태안의 한 횟집을 들렀는데 그곳 주인이 “디자인이 참 잘 빠졌다”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기자가 맞장구를 치자 가격은 얼마나 되는지, 속도는 얼마나 나오는지, 연비는 어떤지, 지금 판매가 되고 있는 차량인지, 속사포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가 식사를 하는 1시간 동안 그는 차량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흔히 보닛이라고 말하는 후드 상단은 1980년대 스포츠카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어퍼그릴로 입체감을 살렸다. 다소 밋밋할 뻔 했던 전면부 디자인을 맵시있게 살린 느낌이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니 환풍 구멍이 막혀있어 기능보다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듯 했다.

실내 디자인은 오히려 수수하다. 엑셀레이터와 토크, 오일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센터페시아 중앙부를 장식한다. 운전 중 시인성은 떨어지지만 스포츠카의 맛을 살린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후드 상단의 어퍼그릴과 같은 효과다. 기능보다 멋에 주안점을 맞춘 디자인이다.


천연가죽의 스포츠 버켓 시트 역시 스포츠 쿠페의 멋을 한껏 자랑한다. 쿠페 차량 대부분 센터필러(차량 측면에 놓인 기둥. 흔히 B필러라도 함)가 상대적으로 후방에 위치해 운전자의 벨트 착용이 쉽지 않은 게 보통이다. 뉴 제네시스 쿠페에는 안전벨트를 3단으로 각도 조절이 가능한 ‘시트벨트 웨빙가이드’가 적용됐다.

쿠페의 멋은 때론 다른 한쪽의 희생을 요구한다. 1열 좌석이 편안하고 안전한 승차감을 준다면 2열 좌석은 낮은 천정고를 감수해야 한다. 2열에 앉은 160cm 가량의 여성 동승자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비명을 질렀던 상황은 안타깝기만 하다. 허물없는 사이거나 어린 자녀가 아니라면 뒷좌석 탑승은 말리는 편이 좋을 듯싶다. 그나마 천정이 푹신하게 처리돼 있어 머리에 혹은 나지 않았다고 위안을 삼는다. 2열에서도 1열 좌석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워크-인 디바이스 시스템’이 적용돼 2열 승객이 승하차 시 수월한 측면은 있다.



 
◆질주 본능 숨쉬는 칼치기의 달인

시승에 앞서 현대차 관계자는 젠쿱(제네시스 쿠페의 줄임말)은 ‘칼치기 욕구가 샘솟는 차’라고 표현했다. 갸우뚱 했던 이야기는 외곽순환고속도로를 들어서고 나서야 알아들었다.

칼치기는 자동차 동호회원들 사이에서 흔히 쓰는 용어로 고속으로 주행하면서 갑작스레 끼어들어 추월을 하는 운전이다. 평상시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운전이지만 페달을 밟는 순간 ‘상상하는 대로 차가 움질일 것’이라는 묘한 자신감이 생긴다.

주체할 수 없는 질주 본능에 차량 추월의 욕구가 샘솟는 것이 젠쿱의 매력이다. 고압연료를 직분사하는 방식의 람다 3.8 GDi 엔진의 힘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후륜구동의 매력과 더불어 최대출력 350ps,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과시한다. 기존 모델에 비해 각각 47ps와 4.0kg.m가 향상된 수치다.

변속성능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후륜구동형 8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부드러운 변속감과 뛰어난 동력성능을 보였다.

스포츠 쿠페다 보니 좋은 연비는 기대하기 힘들다. 칼치기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시원한 추월을 즐기다 보니 연비는 7km/L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인 연비는 9.6km/L다. 빠른 연료 소모로 인해 수시로 주유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아쉬웠다.

젠쿱의 가격은 수동변속기준 터보 D 모델이 2620만원, 터보 S 모델이 2995만원, GT P 모델이 3395만원, GT R 모델이 374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