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하다보면 평소에 알지도 못하고 전혀 관심도 없던 것에 대하여 ‘반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웬만한 전문가도 유럽 각국의 신용등급, 국채수익률, 국채발행 일정 등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았었다. 그러나 요즘은 주식투자를 열심히 하는 일반인들도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의 신용등급과 국채수익률 등을 일일이 알고 있으며, 얼마큼 내려갔는지 올라갔는지도 꿰뚫고 있다. 그것은 근래 들어 주식시장의 오르고 내리는 양상이 이들 정보에 의하여 크게 좌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정보가 주식시장 흐름에 어떤 정도의 영향을 줄지는 미리 단언하기 힘들다.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매우 많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서 어떤 시기에 어떤 요소가 지배적으로 시장의 큰 흐름에 영향을 주는지는 전문가라도 쉽게 판단하기 힘들다. 단기적으로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반드시 중장기적으로도 크게 영향을 준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나 알 수 있는데 그때는 이미 시장이 예전과는 크게 다른 위치로 옮겨가 있다.
필자는 관심 가는 경제신문기사를 스크랩하는 습성이 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린 뒤로는 인터넷의 뉴스를 보면서 파일 안에 스크랩 해두지만 여전히 집에서 보는 오프라인 신문도 군데군데 가위로 오려서 모아 둔다. 모아 둔 것을 일부러 나중에 다시 보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보는 순간에 좀 더 관심가지고 들여다본다는 의미에서 오린다.
스크랩이 끝나야지만 신문을 버리는데 예전에 시간 사정상 스크랩을 못하고 신문을 그대로 쌓아둔 것이 있었다. 다시 스크랩을 재개한 뒤로도, 많이 쌓여 있는 신문은 그대로 두고 새로 오는 신문만 스크랩하였다. 그러다 며칠 전에 오랜만에 시간을 많이 내어 쌓여 있던 과거 신문을 스크랩하였다. 과거 신문을 넘겨가다 보니, 그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흐른 뒤 느끼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의 신문기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중에 나오는 경제 전망, 시장에 대해 쏟아내는 보도, 각종 이야기들이 훗날 그대로 현실로 진행되는지 여부는 매우 불확실하다는 것은 경험적으로도 느낄 수 있다. 1990년대 상반기 깡통계좌 털리고 난리 났을 때. 지나고 보면 바닥권이었다. 90년대 하반기 한국의 외환위기 시절에도 실질적으로 시장이 바닥을 지나갔거나 바닥권을 다지고 있던 시절에도 암울하고 무서운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시장에 만연한 두려움을 뒤로 두고 시장은 오르기 시작했었다. 2000년대 초반 9.11. 테러로 전 세계 시장이 폭락한 뒤에도 그랬었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인 금융위기 시절의 2009년 3월이면, 역시 시장이 바닥에 이미 도달했거나 바닥권을 다지던 시절이다. 그 당시 분위기에 부합되는 기사의 일부를 보겠다.
[2009-03-08] 美 경기침체, 언제 빠져나올 수 있나 ['글로벌 종합일간지' A지]
<언제 이 난국에 빠진 경제상황이 바닥에서 빠져나올까? 경기침체는 이미 15개월을 넘어가고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번의 경기침체보다 훨씬 긴 것이다. 다우존스지수는 뚝 떨어지고, 일자리는 없어지고 주택보유자 8명 중 1명은 할부금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는 언제나 회복되었고, 사이클을 따라 순환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 회복시점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말하는 이는 없다.
AP통신은 주택, 고용 및 주식 등 세 개 시장을 진단해 보았다. 그리고 전문가들에게 주택·고용·주식 시장이 언제 바닥을 치는지 알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전문가들 중 그 시기가 빨리 오리라고 말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미국의 실업률은 2월에 8.1%로 15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경기침체가 시작된 2007년 이래 미국내에서 44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일자리는 지난해 초반부터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주택과 건설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금융산업이 붕괴하자 화이트칼라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곧 정리해고가 전 산업계에 퍼지기 시작했고 수입 정도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됐다. 고용시장의 어두운 날들이 계속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소비가 위축되고 신용시장이 악화되면서, 전문가들은 240만 개의 일자리가 올해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실업률이 9%에 다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2001년과 1990~1991년간의 경기침체기의 실업률을 가뿐이 뛰어넘는 것이다.
시카고 해리스프라이빗은행의 최고투자경영자인 잭 애블린은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실업률이 현재 8.1%보다 높아진다면, 다우지수가 6000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다른 예측은 더욱 비관적이다. 벨커브트레이딩의 최고시장전략가인 빌 스트라줄로는 다우지수가 5000까지 떨어지고 S&P500은 500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
그 당시 분위기가 이러했지만, 그 때 이후로 어떻게 변해갔는지 확인해보겠다. 실업률은 예상대로 계속 올라가서 9%에 도달하였고, 더욱 올라가서 심지어 10%대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실업률은 더 악화되면서도 미국 주식시장은 상승했으며, 한국 및 전 세계 주식시장이 대체적으로 상승했다. 최고시장전문가들을 비롯하여 대다수 사람들이 실업률이 악화되면 추가로 더 떨어지리라고 예상했던 다우지수가, 전망에서처럼 6천포인트, 5천포인트로 내려가기는커녕, 반대로 계속 올라가서 1만포인트도 넘겼다.
▶위의 시점인 2009년 2월부터 시작하여 그해 12월까지 미국의 실업률과 다우지수(월말지수)는 아래와 같다.
2009년의 이런 데이터만을 본다면, 실업률이 나빠지면 주식시장은 오른다는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물론 논리적으로 그러한 관계가 성립할 수는 없다.
이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고, 왜 이런 일들이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AP통신에서 주택, 고용 및 주식 등 세 개 시장을 진단해 보았을 때, 주택·고용·주식 시장이 바닥을 치는 시기가 빨리 오리라고 말한 전문가는 한명도 없었다. 이런 진단에서 주택시장과 고용시장에 대한 진단은 맞아 들어갔지만 주식시장은 그렇지 않았다. 그때가 이미 바닥이었고 그 뒤로는 오히려 반대로 상승하였다. 그 이유는 주식시장은 미래를 미리 반영하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미래가 나쁘더라도 시장은 그것을 미리 반영하며,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시장은 바닥을 지나게 된다. 물론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욱 나빠진다면 시장은 조정 후 추가로 더 내리게 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미래가 좋을 때에도 시장은 그것을 미리 반영하며.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더욱 좋아지지 않는다면 시장은 천정권을 지나게 된다. 물론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욱 좋아진다면 시장은 조정 후 추가로 더 오르게 된다.
따라서 현재 상황이 좋다거나 나쁘다는 것 자체에만 신경을 집중한다면 투자성과에 실질적 실효성은 적다. 전망과 분석의 타당성과 논리성을 강조하다보면 불확실성이 있는 미래보다는 확실하게 드러나 있는 현재의 상황에 높은 비중을 두게 된다. 어떤 상황이나 재료가 주식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미래에 추가로 반영될 여지가 큰 지 여부를 추정하려면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대형 호재가 발생하였는데 시장의 상승 에너지가 예상보다 약하거나, 강하더라도 일시적으로 고점을 돌파한 이후 지속적인 매물 출회로 금방 약화된다면 그러한 호재가 오히려 매도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야한다. 악재가 발생하였는데 시장에 나타내는 반응이 예상보다 약하거나, 강하더라도 짧게 끝난다면 그러한 악재는 오히려 매수 기회로 고려해볼 수 있다.
실업률이 올라가면 주식시장이 하락하리라 예상했었더라도 실업률이 올라감에도 주식시장이 상승한다면, 상승하는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미래의 국가 경제와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실업률 이외에도 매우 많은데, 그 중에서 실업률이 아닌 다른 요소들로 인하여 앞으로 경제가 호전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해 준다고 봐야한다.
최근 S&P의 유로존 국가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 경우에도 유럽 은행들이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자금이 급격히 이탈할 것인지,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작년부터 유럽계 자금의 주식시장 이탈이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기 때문에 투자자금의 추가 회수 규모는 제한적일지, 어떤 쪽의 가능성도 논리적으로 존재한다.
유럽 문제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과 달러 강세로 인한 신흥국 자산에 대한 선호도 약화로 아시아 포함한 신흥시장에서 유럽 자금이 빠져나갈 것인지, 이탈리아의 등급이 한국보다 낮아지고 스페인은 같아지는 등 신흥시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지, 어떤 쪽 가능성도 내다볼 수 있다. 유럽 경제 약화가 세계 경제를 끌어내리는 효과가 더 클지, 미국 경제의 안정화와 신흥국의 꾸준한 경제 성장이 세계 경제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더 클지, 시간이 흐른 뒤에 확인되어진다.
작년 여름만 해도 미국 경제의 더블딥에 대한 공포가 언론을 통해 많이 퍼지면서 투자자 심리를 위축시켰지만 더불딥 공포를 딛고 미국 주식시장은 세계 속에서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움직였다. 그 뒤로 미국의 각종 경제 지표가 좋게 나오면서 미국 주식시장이 양호했던 이유가 뒤늦게 확인되었다. 현재 유럽에 관한 두려움의 본질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미래가 오기 전에 미리 알 수 없다면, 시장이 움직이는 대로 순응하며 적응하는 것이 답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이 미래를 알고 미리 움직여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