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혹한이다.

영하 15도에 체감 25도. 눈 덮인 산을 돌아 찬바람까지 인다. 바로 옆 사람도 알아보기 힘든 새벽 여섯시 반, 하나 둘 라이더들이 모였다. 추위로 꽁꽁 동여 멘 두건에서 얼다 만 하얀 입김과 거친 숨소리가 나온다. 예정보다 삼십분 늦은 일곱 시 반. 라이더들은 산을 올랐다.



오디바이크가 주최한 두 번째 혹한기 랠리는 그렇게 시작했다. 지난 11일(토) 경기도 양평군 임도 일대는 눈과 추위를 녹이는 라이더들의 페달 소리로 가득 찼다. 풀코스 1박 2일 101 Km, 하프코스 당일 60Km를 100여 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했다.



▲ GGB광명의 어전귀(맨 왼쪽) 박경애(맨 오른쪽)씨
경기도 광명, 동호회 ‘GGB광명’의 박경애(43 주부)씨와 어전귀(49 사업)씨. 몇 안 되는 여성 참가자 중 한 명인 박경애씨는 코스 내내 가장 밝은 표정이었다. 코스 이탈과 산을 오르는 ‘업힐’에서도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았고, 주변 동료를 챙기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녀의 완주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안 넘어지려 억지 쓰면 쓰러져요. 힘을 빼 리듬을 싣고, 욕심 내 타지 않는 게 비결”이라는 그녀는 자전거가 자연을 느끼며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좋단다. 또한 우울증 등 정신 건강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특히 주변 주부들에게 적극 권하는 ‘자전거 전도사’가 되었다.

어전귀씨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그는 80년대에 묘기 자전거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며, 관련 행사로 방송 출연 등 바쁜 나날을 보냈다. ‘잘 나가던’ 그는 덤프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로 위기를 맞는다. 4차례 다리 대수술과 2005년 재수술, 여기다 목디스크 장애 진단까지 절망을 자전거로 넘었다. 지난 해 처음으로 MTB를 탔다는 그에게 이번 대회는 건각을 확인하는 무대인 셈이다. 라이딩은 물론 동호회 활동, 시각장애우 봉사활동 등 바쁜 일정 속에 올해는 자전거 심판 자격증에 도전한다.



▲ 개별 참가한 유형호 혜성 부자
경기도 안산에서 아들(유혜성, 양지고 2년)과 함께 왔다는 유형호씨(47 안산바이크 ‘록키’ 회원)는 밤잠을 설쳤다. 아들과 지난 해 ‘양평280’(양평군 280Km 임도를 36시간에 완주하는 대회)에 참가한 까닭에 코스는 낯설지 않지만, 혹한기는 처음이라 긴장했다고 한다. 장마철, 양평280 대회에서 예상치 못한 이유로 아들과 중도 포기를 했던 유형호씨. 그 까닭에 그는 자전거를 잠시 접었다 한다. 그러다 새로운 학년에 올라가는 아들과 자전거를 접은 이후 느슨해지는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혹한기 참여를 결정하고, 근처 수리산에서 대회를 준비했다. 그런 까닭에 아들과 완주한 이번 대회의 기쁨은 어느 누구보다 컸을 것이다.



낙차 사고와 코스 이탈, 탈수와 추위. ‘참가 자체가 도전’이었던 만큼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라이더들의 발길은 남달라 보인다. 설원에서 그들의 눈빛은 그래서 더욱 빛났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