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문가가 의견이 같을 수는 없지만, 주식투자자들 입장에선 현 증시를 판단하는 게 유난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분석·전망하고 있는 향후 증시 흐름에 대한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리서치센터는 그동안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풍부한 유동성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일부는 앞으로 유동성장세에서 실적장세로 이동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상황. 결국 투자자들은 두 가지 상황을 모두 염두에 두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유동성은 계속된다"… HMC·삼성·대신
올해 코스피 2000선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힘은 누가 뭐래도 외국인 매수세 등으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이다. 그리고 일부 증시전문가들은 이런 시장의 성격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공급이 공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근거로 ▲29일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의 2차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시행 ▲영국의 500억파운드 규모 채권 매입 프로그램 진행 ▲일본의 10조엔 추가양적완화 시행 등을 꼽았다. 만약 ECB의 LTRO 규모가 1조유로에 달한다고 가정하면 총 1조5000억달러 이상의 통화공급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현재 유동성 공급에 기초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격 상승이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향후 예정된 프로그램 집행을 감안하면 당분간 유동성 공급에 기초한 시장의 강세 구도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역시 현재 진행 중인 유동성 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돌발 변수만 없다면 유동성 확대의 긍정적인 영향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상적인 주식시장 사이클인 유동성장세-실적장세-역금융장세-역실적장세의 단기 사이클이 아닌 초기 유동성 장세 후 실적 장세와 유동성 장세가 혼재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각국이 성급한 긴축 정책 도입으로 더블딥을 유발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정부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나 중앙은행이나 모두 적절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원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그는 "이란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유가 급등이 불가피하고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공급이 중단될 수 있는 빌미가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지금은 유동성의 긍정적인 영향에 더 주목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도 유동성 장세를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1~2월과 마찬가지로 당분간 업종을 고르기 위해 이익을 보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현재 이익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국면이고, 올해 이익 측면으로 긍정적인 부분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즉, 3월에도 연초 상승 요인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유럽의 리스크 완화와 2차 LTRO를 통한 유동성 확대 쪽으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할 것이란 게 이 연구원의 견해다.
그는 이어 "1~2월 강세 업종 중 상승 여력이 있는 업종을 찾아야 한다"며 "적어도 3월까지는 올해 많이 올랐지만 더 올라갈 수 있는 업종에 주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퀀트분석 상에서 3월 주도 업종으로 조선, 에너지, 화학 업종 등을 꼽았다.
◆"유동성에서 실적장세로"…우리투자·한국투자·하나대투
이제는 유동성보다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KOSPI 기준)를 점검해본 결과 올 1분기뿐 아니라 연간 기준으로도 상승 모멘텀은 아직 그리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거치면서 기업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크게 낮아졌고, 올해 1분기를 고비로 이익모멘텀의 개선세가 빠르게 가시화될 것으로 박 연구원은 내다봤다.
이어 "최근 실적전망이 낮아지는 가운데에서도 주식시장이 꾸준하게 상승할 수 있었던 것도 가장 어려운 시기에서 벗어날 것이란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이제는 가격메리트가 아닌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실적장세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따라서 대형주들의 이익 모멘텀이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철중 한투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지수의 흐름은 물가 안정, 외국인 순매수를 배경으로 2009년 3~7월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당시와 달리 현재는 가파른 실적 추정치 상향세가 아직 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는 이머징 통화 강세가 예상되고 있어 국내 수출주, 대형주들의 실적 추정치 상향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2~3개월간은 박스권 장세 속에서 업종별 실적 추정치 향방에 좀 더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대투증권 역시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이전될 것으로 분석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과거 증시를 통해 실적장세 가능성을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지난 2009년은 미국의 1차 양적완화를 단행한 시기였고, 2010년 하반기는 신흥시장이 중앙은행의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돌입하며 실적장세 성격이 짙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현재는 2009년과 유사한데 현재 선진국은 유동성을 공급하는 상황이고 신흥국이 긴축을 완화하며 금융장세, 즉 유동성 장세의 여건이 구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금리의 본격적인 상승이 나타나는 시점 이후 실적장세로 연결되고 상승추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실적개선의 연속성을 보유한 업종 및 종목으로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음식료(KT&G, CJ제일제당), 화학(LG화학, 호남석유), 하드웨어(LG전자) 등을 추천했다.
한편 2월23일 2007에 마감한 코스피지수는 다음 날인 24일 2019까지 회복하며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