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유가가 비단 일상생활에만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도 유가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유가로 인한 증시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극단적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할 단계는 아니다. 또 유가 상승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도 있지만, 반대로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도 있기 마련. 따라서 고유가 악재를 잘 활용해 주식투자에 임한다면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고유가, 주가상승 발목 잡을까
지난달 27일 코스피지수는 1991포인트. 다음 날에는 2003포인트로 마감하며 2000선을 회복하더니 29일에는 2030포인트까지 껑충 뛰었다. 하지만 고유가가 증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여전하다. 갑작스런 증시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월 중 코스피지수가 기간조정 내지 비율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산업지수는 오름세를 보였지만 유가 상승으로 다우운송지수는 하락했다.
운송업과 제조업 주가의 방향이 엇갈리는 경우 제조업 주가가 운송업 주가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게 김 팀장의 분석. 그는 "국제 유가가 주요 저항선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물가 안정 및 선진국 소비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증시 조정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이 미국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특정 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은 미국의 소비심리나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미국인들이 신용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려고 하는데 이는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고용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구재 소비의 증가로 수혜를 받았던 IT, 자동차 등 내구재 관련 업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 역시 "유가 상승세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코스피가 쉬어가는 빌미를 제공할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 경기와 주가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항상 동행하는 것도 아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고유가가 반드시 주가 약세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풍부한 유동성 환경에서 상품 가격과 주가가 동시에 강세를 보인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현재 유가 상승세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기자금의 유입이 유발한 측면도 있다"며 "풍부한 유동성 환경에서는 일반적으로 주가와 상품가격이 동반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가 상승이 반가운 종목도 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업종과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다. 올해 초 유가 상승 이슈가 불거졌을 당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는 건설(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대림산업, GS건설) 기계(태광, 성광벤드) 조선(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종합상사(LG상사, 대우인터내셔널) 관련 업종 및 종목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 업종의 경우 유가 상승으로 인해 중동 지역에 대규모 오일 머니(oil money)가 유입될 수 있고, 플랜트 등의 발주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설 플랜트 관련 기자재 업체 등은 중동지역 매출 비중이 높으므로 국내 건설사들은 플랜트 수주 증대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조선 업종의 경우 대체 에너지 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 수요 증가가 기대되며, 종합상사 역시 유가 상승으로 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반면 화학 및 운송 등은 비용부담이 가중돼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들 종목들의 주가가 올해 두달 동안 크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가장 많이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삼성중공업으로, 2월29일 현재 연초 이후 주가상승률이 무려 46.06%다. 연초 2만7900원이던 주가가 두달 사이 4만750원까지 치솟았다.
대림산업도 40.31%의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였다. 현대중공업은 32.1% 올라 뒤를 이었으며, 태광(27.31%) 성광벤드(26.84%) LG상사(25.13%) 대우인터내셔널(21.76%) 현대건설(20.31%) 등도 20% 이상 주가가 오른 종목들이다. 삼성엔지니어링(17.37%) 삼성물산(13.07%) GS건설(5.1%) 등도 견조한 주가상승률을 보인 유가 상승 수혜주들이다.
아울러 대체에너지 관련주도 유가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이 가능한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 관련주인 OCI, 한화케미칼, LG화학 등을 비롯해 풍력 관련주인 태웅, 유니슨 등이 대표적인 대체에너지 관련주다.
임수균 연구원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하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위기이므로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며 "당분간 유동성 장세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고, 업종별로는 순환매 패턴이 여전하므로 이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